[아침뜨락] 이영희 수필가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출산율이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0.84명을 기록했다. 68개월 연속적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드니 대한민국이 문 닫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일었다.

자녀가 비혼 주의라 걱정을 했는데 결혼을 하여 다행이라 여기기도 전에 이제는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하여 또 걱정이라고 친구가 푸념했다. N 유업 육아휴직 문제를 보고 이해가 된다고 하던 친구 앞에서, 무위의 정치를 하는 손자가 얼마나 예쁜지 감탄하던 말을 얼른 삼켜버렸다.

N 유업에 근무하는 한 여성 팀장이 육아휴직을 낸 후 보직 해임됐고, 문제가 되자 복직시킨 후 물류창고로 발령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기들이 먹는 유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이러한데,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다른 회사들은 어떻겠느냐며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딸이 출산한 후 육아휴직 중이라 더 공감이 갔다.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고, 신용은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라는 상도를 실천했다. 자신이 번 돈의 8할만 갖고, 나머지 2할은 인삼 경작 농가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잔 안에 술이 7할 이상 차면 술이 빠져나가게 만든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라'는 '계영배'로 욕심을 자제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위해 15년간 200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들였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이 실패한 정책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옛말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팔구십 년대,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삼천만 명',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이런 표어를 남발하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정관 수술을 하면 그날 훈련을 면제해 주었다. 참으로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던 어설픈 미봉책이었다.

하얀 꽃잎 뒷부분이 약간 붉게 보이는 반구정 남방바람꽃은 희귀종이라 많은 사람들이 사진 출사를 하러 달려든다. 귀한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 수목원에서 희귀 식물 보존구역이란 안내문을 설치했다. 효과가 상당히 있다고 한다. 식물보다 귀한 인구 정책에도 이런 강력한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하지 않을지.

이영희 수필가
이영희 수필가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른다. 인구절벽을 해소하고 정부 부채를 줄일 장기 정책을, 무소의 뿔처럼 밀고 갈 어디 그런 사람 없소. 흘러간 옛 노래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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