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가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정한 노인의 날(10월 2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이 늘고 있다. 29일 청주 중앙공원을 찾은 한 노인은 "동네에 노인들이 많아 경로당도 80살 이상부터나 갈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상의 전부라고 전했다./신동빈
청주 중앙공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앙공원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지만 문화재가 다수 위치해 있고 일제때 철거된 청주읍성이 자리한 곳이다. 고려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읍성(邑城)을 토대로 병영(兵營)과 관아(官衙) 등이 있었으며 일부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공원안에 묻혀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시설물 복원도 없었고, 이를 널리 알리는 노력도 부족했다. 심지어 청주시민들도 그 유래를 잘 모를 정도다. 이런 중앙공원이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2019년 기본계획에 이어 행안부 타당성 조사를 마친 중앙역사공원 조성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곧 설계에 들어가 총 911억원을 들여 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규모도 더 넓혀 4만1천㎡여 부지에 병영, 관아, 천년마당 등 세영역으로 조성한다. 전쟁 및 군사관련 유물이 모여있는 병영마당에는 옛 병영건물들이 재현된다. 또 현재 보존중인 관아건물 동헌 청녕각(淸寧閣)을 중심으로 동헌마당이, 두 마당 사이에는 사창(社倉)이 자리한다. 옛 곡식창고 건물인 사창에는 역사박물관이, 주변엔 잔디광장이 마련된다.

공원조성 외에도 옛 청주우체국을 우정박물관으로 꾸미고, 읍성 성벽 복원 규모를 2배로 늘린다. 오래된 역사 뿐만 아니라 근대까지도 담겠다는 것인데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고려시대 관아건물인 망선루(望仙樓)를 비롯해 조선시대 충청도 병마절도사영문(兵馬節度使營門), 관아건물 청녕각 등이 모여있다. 여기에 고려말 전설이 어린 압각수(鴨脚樹), 하수구 뚜껑으로 사용됐던 조선 고종때 척화비(斥和碑) 등도 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국보 용두사지 철당간(龍頭寺址鐵幢竿) 등 실물 사료(史料)들이 넘칠 정도다.

이런 배경은 청주중앙공원이 역사공원으로 새로워질 이유로 충분하고 청주의 정체성을 알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유물과 사료들만으로는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는 역사 공간으로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역사를 매개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끌 장소가 돼야만 한다. 그래야 역사공원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지리적 여건이 뛰어난 만큼 이를 지역발전의 계기로 만들수도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고민도 그래서 필요하다.

청주 가까이로는 속리산법주사에서 올 여름 미디어파사드가 진행됐다. 도심속 시설로는 최근 재개된 수원 화성 사례가 있다. 이들의 사업추진과 진행과정, 성과 등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용 또한 당연히 고려해야할 문제다. 미디어파사드는 특정한 건물 외벽에 이야기가 있는 입체영상을 쏘아 볼거리를 만드는 창조적인 일이다. 야간에 적합한 새로운 관광거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관광이 아니어도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를 담아 보여줄 수 있다. 역사 즐기기는 관심을 끄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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