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포문화숲길
내포문화숲길

역사와 문화유적이 도처에 있는데다가 풍광 또한 빼어난 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더구나 이 길에는 종교와 관련된 순례길이 여럿 함께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의 신앙생활과 가까운 길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정도라면 국가에서 관리하고 모든 국민들이 알고 아낄 필요가 있다. 내 신앙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역사가 그곳에 있기에 걸어봄직 하다. 이에 덧붙여 아름다운 풍광과 산림의 생태적 가치는 숲길의 기본이랄 수 있다. 국가숲길로 새롭게 지정된 충남 내포문화숲길 이야기다.

충남 서북부 지역에 얽혀있는 내포문화숲길은 서산·당진·홍성·예산 등 4개 시·군, 121개마을이 해당된다. 총 거리 320㎞에 가야산, 덕숭산, 용봉산, 오서산 등 명산이 포함됐고 마애삼존불, 임존성, 면천읍성, 김정희 고택 등 유적도 많다. 한술 더 떠 솔뫼성지, 해미순교성지, 개심사, 수덕사 등 여러 종교유적이 이어진 길이다. 이런 까닭에 지리산둘레길, 백두대간 트레일, 대관령 숲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숲길이 됐다. 생태적 가치에 뒤지지 않는 문화적 가치가 더해져 그 존재감이 더 빛난다.

지난해 6월 처음 도입된 국가숲길은 생태와 역사·문화적 가치, 규모 및 품질 등을 따져 국가가 지정·관리하는 숲길이다. 당시 DMZ(비무장지대) 펀치볼 둘레길 등 4곳이 선정됐고 이번에 내포와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이 추가돼 모두 6곳이 됐다. 이들 숲길은 그 하나하나 의미와 가치가 뛰어나지 않은 곳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숲길들이다. 여기에 내포문화숲길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국가 지정'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국가기관이 아닌 지자체가 조성·운영한 첫 사례여서 이번 지정은 더 의미가 크다.

문화숲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역사와 종교별로 주제에 따라 4개의 코스가 구성돼 있어 그 발자취를 체험할 수 있다. 한용운, 김좌진, 이응로 등의 인물과 동학의 역사가 깃든 역사인물 동학길과 천주교 성지들을 만나는 천주교 순례길은 각각 내포를 종횡으로 연결한다. 110㎞에 달해 가장 긴 백제부흥군길은 나당연합군과의 전투를 뒤따를 수 있다. 불교유적을 살펴보는 원효 깨달음길은 문화숲길의 다양성을 확인시켜준다. 이곳의 유적들을 잇는 구간 하나씩만 따져도 숲길의 가치는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이같은 가치와 의미를 모으고 연결한 길이 내포문화숲길이다. 충남도는 지난 2010년부터 이곳의 노면을 정비하고, 안내센터를 설치하는 등 숲길을 꾸몄다. 그런 일들이 쌓여 2017년 균형발전 선도 최우수 사업에 뽑히고, 2019년 산림복지 우수사례 대상을 받았다. 내포문화숲길 국가지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자체가 오랜 시간 공 들여 거둔 성과인 것이다. 가지고 있는 우수한 자원이라도 가꾸고 살려야 그 의미가 커진다.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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