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개 유적 발굴 원년멤버… 학술상 큰 의미"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 원장이 수양개 유적 단층 앞에서 구석기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던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효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 원장이 수양개 유적 단층 앞에서 구석기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던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고고학은 임신부가 아기를 출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땅속에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역사를 찾아내는 과정으로 수많은 지표 조사와 축적된 경험에서 찾아낸 마지막 행위로 기록에서 빠진 역사를 보완하고 물질을 통해 과거의 모습에서 모든 사회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종윤(57)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이 제 14회 수양개 학술상의 주인공이 됐다.

수양개 학술상은 현생인류가 문화를 꽃피운 구석기 현생인류의 거점지역인 단양 수양개 유적의 문화를 세계로 알리기 위해 1996년부터 개최해온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수양개 국제회의 집행위원회에서 선정한 것이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 원장이 수양개 유적 단층 앞에서 구석기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던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효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 원장이 수양개 유적 단층 앞에서 구석기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던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효

우 원장은 "지난 13회 수상자들은 학술회의에서 연구자로 발표했던 분들이 수상했는데 저는 수양개 유적을 처음 찾고 발굴하고 연구하며 전시하고 국제 무대에 등단시킨 학술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사람으로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우 원장은 1980년 처음 수양개 유적을 찾았을 때를 회상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충주댐 수몰지역으로 발굴이 시급했던 상황이었다.

우 원장은 "수양개 유적은 지금까지 구석기 문화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석기인 슴베찌르개와 석기 제작에 적용된 도구인 눈금자, 밀개 등 8만여점이 발굴된 곳"이라며 "이것들은 오랜동안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점유생활을 해온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후기 구석기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던 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고학을 하는 사람 중 중요한 유적을 하나 만나는 것도 행운인데 그 가운데서도 으뜸인 수양개 유적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현생인류가 문화를 꽃피운 곳으로 도구를 생산한 하이테크놀로지 유적을 만나 더욱 행운이었다는 우 원장.

우 원장은 이 같은 행운에는 좋은 스승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977년 이융조 교수님을 처음 만나 44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에서 이제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적 공통점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마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지효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지효

단양에 위치한 수양개 유적은 우 원장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또 있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중 사적이 된 곳이 5곳이 있는데 단양 수양개 유적은 2006년 박물관이 건립돼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 박물관이 들어선 것이며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또 단양 우씨인 그에게는 먼 옛날 조상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그의 뿌리 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기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 외길을 걸어온 저에게 충북은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고고학은 현장을 누비며 야외 조사가 기본인데 지리적 공간이 활동 무대가 됐습니다. 40여년의 시간 중 유적 발굴에 관여한 곳만 150곳, 타임머신처럼 이어져 내려왔네요. 충북은 제가 성장하고 발전한 곳입니다."

우 원장은 "국제 수양개 학술회의는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타이틀로 그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며 24회의 발표를 해온 유례 없는 것으로 구석기 학문이 민간 외교관 역할로 국제적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적 그 자체는 당시의 역사의 현장이고 이제 교육, 체험, 학술회의를 통해 이를 공감하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지효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이 14회 수양개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지효

우 원장은 "지난해가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을 맞는 해였는데 코로나19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올해도 그 연장선상에서 세계 학자들과 함께하는 학문적 본보기를 위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며 수양개 유적 도감과 연구도서 등을 발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수양개 학술상은 유적의 의미를 찾고 세계화에 앞장선 사람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상"이라며 "현재까지 미국 2명, 아시아 4명,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한국 등 8개국 학자가 받음으로써 수양개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 원장은 내년 5월 개최될 제25회 수양개 국제회의에서 시상받게 된다. 지난회까지 3천달러였던 상금도 5천달러로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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