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식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서원대 교수

어느 조직이나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 그냥 무시할 때도 있고,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별적으로 사소한 문제들이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문제를 일으킬 때 그 조직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관리자들은 당황하게 되고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해 결국 그 조직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런 이야기들은 종종 재난 영화의 소재로 쓰여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1995년 개봉했던 '아폴로13'이란 영화는 실제 나사(NASA)의 실패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아폴로 13호는 달에 가던 중간에 산소탱크 폭발 등 사고로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지구로 겨우 귀환했다. 당시 아폴로 계획에서 사소한 고장이나 실수는 자주 있었지만 현장에서의 임시방편조치로 큰 위험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위험이나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간주됐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직원들은 안전에 대한 감각이 둔화된 상태였고, 결국 일상적인 문제가 사건 당일 치명적 상황으로 급변하고 말았다. 임무는 실패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도 우주비행사들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오늘날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규모가 제법 크다는 조직들은 복잡한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복잡한 시스템은 일반적인 작동 과정에서 항상 사소한 문제들을 수반하게 된다. 이것은 한손에 들어오는 최첨단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겪는 문제와 똑같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스마트폰이 먹통이 될 때가 있고, 오류가 발생할 때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스마트폰을 껐다 켜면 대부분 해결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마트폰을 껐다 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지경까지 가면 서비스센터를 가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반복되어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다. 사소한 문제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간단한 조치로 문제를 해결한다.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들은 그 자체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대처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부품들로 구성된 첨단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이 사소한 이상 조합으로 붕괴되는 것처럼 거대한 조직에서 발견되는 사소한 문제들도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없는 사소한 이상 조합으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이 확정됐다. 여야의 당내 경선과정에서 예비후도들 간의 치열한 상호검증이 있었고, 유력 예비후보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증공세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사소한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당 운영의 문제점, 검찰 조직운영 방식의 문제점,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이권사업의 문제점 등등 일반 국민들은 평소에 알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능한 정치인을 발굴, 양성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당은 스스로의 역할은 방기한 채 자격도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소위 '별의 순간'이 왔다는 정치 신인을 대선주자로 선택해 권력쟁취에만 혈안이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당보다 더 정치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기업과 이들과 함께 이익을 공유한 기득권 정치인, 법조인들이 버젓이 대한민국 권력 최상부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초대형 조직으로서는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누적됐고 반복돼 오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어느 순간 상호작용을 통해 대한민국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김영식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김영식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이젠 임시방편으로 대한민국의 '사소한' 문제 해결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문제들의 원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사소한' 문제들로 곪아터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워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틀을 짜는 개헌논의, 만국병인 수도권 집중화 해결, 사회 전반에 정의가 뿌리 내릴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과 공권력 행사, 저출산·고령화 등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당면문제 해결 등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시간이 왔다. 2022년 다가올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새 틀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리고 이 '별의 순간'은 그들이 아닌 우리 유권자들에게 왔고 우리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현명한 한 표 행사를 지금부터 준비하자 그리고 내년 우리가 '별의 순간'을 잡아 보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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