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춥다. 겨울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몇 차례 비가 내리더니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친다. 외투를 걸치고야 아침 출근길을 나선다. 눈 내리는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즐기는 이들이 기다리는 겨울 날씨다. 그런데 우리 곁에는 겨울이 두렵고 무서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제는 모두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우리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계절이다.

경제적 도움 없이 겨울을 나기 힘든 가정이 있다. 이러한 가정을 돌보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의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국가와 지자체는 마땅히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묵묵히 도움을 주는 개인이나 자선 단체는 우리 사회에 훈훈함을 선사한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어려운 사람들이 온기를 유지하고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자선단체들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자원봉사자와 재정적인 지원이다. 재정적인 지원은 기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비영리법인 지정기부금단체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부정기부금을 받아 챙기는 범법자들이 뉴스를 장식하며 그나마 적은 대한민국의 기부지수를 깍아내리곤 한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은 해마다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올해도 114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지수와 순위를 발표했다.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돕고,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고, 봉사에 직접 참여하는지를 지수로 나타낸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하위 10개국에 속했다. 110위다. 평균 기부지수 22%로 성인 10명 중 3명이 낯선 사람을 돕거나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냈으며 봉사에 직접 참여한 사람은 10명 중 1명으로 매우 낮은 참여율을 나타냈다. 하위그룹의 꼴지(114위)는 일본이 차지하고 프랑스(106위)와 이탈리아(111위)도 부끄러운 나라 명단에 포함됐다.

세계에서 가장 기부지수가 높은 나라는 인도네시아로 65%가 낯선 사람을 도왔고 83%가 기부에 동참했고 60%가 직접 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선진국으로는 호주가 5위에 이름을 올렸고 뉴질랜드가 7위로 10위 권 안에 속해 있을 뿐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순위가 19위로 떨어졌고 영국이 22위, 캐나다가 35위, 네덜란드가 39위, 덴마크가 40위에 이름을 올린 정도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나라도 전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2018년에는 60위를 차지했었다. 올해 순위가 많이 떨어진 나라는 홍콩, 캐나다, 독일, 벨지움, 미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등이다.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 대부분에서 코로나 19의 확산이 기부지수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경우도 코로나로 인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며 청년실업률이 줄지 않으니 기부의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금 우리 주변은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이야기가 온통 뒤덮고 있다. 코로나로 위축된 기부가 선거 이슈로 더욱 가려지는 것이 두렵다. 내년에 발표되는 기부지수가 더 하락하질 않길 바랄뿐이다.

우리는 예부터 정이 넘치는 나라였다. 겨울이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의 온도를 뜨겁게 달구어야 하고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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