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담댐전경 / 이정원
용담댐 전경. /중부매일DB

피해발생 1년이 넘도록 보상은커녕 책임소재를 놓고 딴소리만 계속하는 상대라면 더 이상 믿고 일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해 여름 과다방류로 인해 하류에 큰 피해를 줬던 용담댐 수해 분쟁조정에서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피해발생 1년 3개월여만에 열린 분쟁조정회의에서 가해자 격인 수자원공사가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해서다. 이에 피해주민과 지자체는 댐 관리주체인 정부의 책임의식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칫 조정 지연에 이어 책임소재 물타기로 피해보상을 줄이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열린 1차 조정회의에서 댐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는 지자체의 배수시설 관리소홀로 역류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게다가 댐 관리규정을 위반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까지 했다. 댐 방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수해 원인을 확대해석해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수공이 이런 주장을 내놓는 까닭은 분명하다. 지자체 책임을 인정받아 자신들이 감당할 피해보상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또한 수해발생에 대한 책임도 줄어들게 된다. 한마디로 책임을 전가하고, 물타기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속셈이다.

무리하게 물을 가뒀다가 일시에 하천의 계획홍수량 이상을 방류하고도 관리규정 운운하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갑자기 하천이 넘치도록 물을 내보내고도 과다방류가 아니라는 억지주장이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댐 운영 미숙에 의한 과다방류가 수해원인임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수공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책임을 나누기에 앞서 자신의 과실을 줄여 남 탓을 하려는 의도다. 수해원인 조사에서 지자체를 걸고넘어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수공의 주장이 분쟁조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리 없다. 마땅히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공정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다. 수해가 벌어진 과정에서 지자체와 관계된 것들이 있었다고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물어서도 안된다. 배수시설 등이 제 역할을 못한 까닭이 과다방류에 있음은 수해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설이 정상 작동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과 같이 피해를 입었다면 외적인 요인 때문으로 봐야 한다. 아무리 방류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사실을 감출수 없다.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이다.

이번 용담댐 수해 분쟁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도 충분한 보상이다. 수공과 지자체간의 책임소재 논란은 이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용담댐 수해의 핵심은 국가의 물관리 실패다. 국가가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야기했으므로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는게 원인 조사의 결론이자 주문이었다. 따라서 분쟁조정이 더 미뤄지고, 피해보상이 늦춰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것으로 보상을 미루는 핑계가 돼서는 안된다. 지금도 하세월인 만큼 더 서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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