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어린 시절 발명가였다고 회고한다. 그가 선망하던 영웅은 토머스 에디슨과 월트 디즈니였다. 1969년 7월 다섯 살 때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걷는 장면에서 느낀 흥분감을 지금도 열정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타트랙' 전편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광팬으로 만든 계기이기도 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고등학생 시절은 여전히 우주 탐험에 집착하는 괴짜 소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로 했던 고별사를 '우주, 그 마지막 개척지에서 만납시다.'로 끝맺었다. 그의 우주관은 확고하다. 태양계 최고의 행성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주로 가야 한다는 논리다. 지구는 유한하고 세계 경제와 인구가 계속 확장·증가한다면 우주 진출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21일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결과를 놓고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마지막 단계인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해 비롯된 것이지만 독자적 발사체의 발사 성공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현재 위성을 자력 발사하는 능력 보유국은 러시아, 미국, 유럽(프랑스 등),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 나라다. 이 가운데 1톤 이상 실용급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이란, 북한을 제외한 6개국뿐이다.

우주 역사에서 최초 발사체의 성공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누리호처럼 순수 발사체를 자체 개발한 국가도 러시아·미국·유럽(프랑스) 3개국뿐이어서 우리나라가 4번째인 셈이다. 이것이 누리호 발사가 인정받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지금은 '뉴 스페이스' 시대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기업이 선도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이번 누리호는 민·관 협력의 산물이었다. 그간 산업 생태계 조성과 산업체 역량 강화에 힘입은 3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주력 30여 개 기업에서만 약 500명이 동참했다. 산업체 보유 기술, 인력 및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서 총사업비의 80% 수준인 약 1조5천억원을 산업체에서 집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식 축사에서 항공우주 분야의 높은 잠재력을 언급하고 특히 도심항공교통(UAM) 분야를 가파르게 성장할 분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1위, 자동차 4위, 기계 6위 등 튼실한 기반 산업을 토대로 항공우주 분야를 2030년대 초까지 '세계 7대 강국'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방위산업은 지난해 세계 6위의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4년 전보다 네 단계 뛰었다. 혁신에 강한 우리나라는 이제 빠른 추격자에서 미래 선도자로 나설 때임을 강조했다. 지역 밀착 방산혁신 클러스터 조성과 부품 국산화 지원도 거론됐다.

충북의 미래 먹거리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과 관련이 깊다. 충북도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UAM 산업 전략을 수립 중이다. UAM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청주국제공항 배후 부지에 개인용 비행체(PAV)의 생산과 유지 보수, 통신 등과 연관된 연구개발 역량을 한데 모을 계획이다. 국내 지자체 간 UAM 산업 선점 경쟁은 이미 불붙었다.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세계 방산시장은 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인공위성 및 발사체는 정밀 소재, 센서, 제어 기술 등이 융합된 첨단 기술의 결집체다. 이들은 첨단 소재·부품·장비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제조 능력과 직결된다.

충북의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와 강소연구개발특구, 충북국방벤처센터의 역할과 활약이 기대된다. 이들 과제는 원대한 비전으로서 지역의 총체적 역량에 좌우되기 때문에 실현이 힘들고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세대가 충북의 비상을 촘촘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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