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충북에는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자랑스러운 문화 콘텐츠들이 있다.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 우리나라 3대 악성이자 예향 충주를 대표하는 가야금의 대가 '우륵', 일제 강점기에 이주정책으로 청주에서 만주로 넘어간 이주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소리인 '청주아리랑' 등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것은 이들 3개의 콘텐츠 모두 '창작 오페라'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창작 오페라 '직지'는 지난 200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처음 공연될 당시 '최초의 한국오페라'라는 부제에 걸맞는 국악기 위주의 오케스트라 편성, 승무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전통무용, 상여소리, 삭발식 등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로 화제가 됐다. 오페라 직지는 한국음악의 거장 박범훈 작곡가와 김승환, 김민형의 대본이 만나 탄생했지만 이후 갈라 형식으로 명맥만 이어왔다. 청주시립예술단에서도 직지를 활용한 오페라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대에 오르지 않는 사장된 콘텐츠가 돼 버렸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21년만에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오페라 '직지'가 무대에 올랐다. 충북음악협회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2021기록문화예술창작발표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지원을 받아 이날 강효욱 작곡가가 새롭게 편곡한 서곡과 간주곡이 초연됐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강진모 충북음악협회장은 "무대 세팅이나 의상 없이 단출하게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렇게라도 무대에 올릴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예산규모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읽혀졌다.

16일 한국공예관 5층 공연장에서는 '중원의 우륵' 아리아 전곡이 무대 세팅 없이 충북챔버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연주됐다. '우륵' 역시 극으로 쓰여진 이후 12년만인 2019년 충북공동창작작품 지원사업에 선정돼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이강희 한국교통대학교 음악학과 교수와 오영미 글로벌어문학부 한국어문학전공 교수와 함께 2006년부터 오랜 기간 자료수집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청주아리랑'은 그동안 연극 콘텐츠로 무대에 오르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충북챔버오케스트라가 청주문화도시 조성사업 '메이드인 청주'에 선정돼 창작 오페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그래도 고무적인것은 이러한 콘텐츠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돼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륵의 경우 충주보다 청주 무대에 더 많이 오른다는 이유로 정작 충주에서는 관심 밖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역의 콘텐츠라고 해서 꼭 그 지역에서만 공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든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면 좋은일 아닌가.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인정받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서는 무관심하다면 결코 발전은 이룰 수 없다.

충북도나 해당 지자체에서는 내세울것이 없다고 지적하지 말고 기존에 있는 콘텐츠들에 더 많은 재정지원과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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