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충북자치연수원 전경. / 김용수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충북자치연수원 전경. /중부매일DB

우여곡절 끝에 충북도의회 심의를 통과한 지 1년여만에 충북자치연수원 제천 이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행정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충북 남부권의 반발로 인해 2년 가량을 끌어왔던 이 사업이 설계용역에 들어갔다. 사업부지의 75% 가량 매입이 끝났다고 하니 향후 진행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 이전을 위한 일들은 이처럼 순조롭지만 이전사업의 전체적인 추진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전 승인의 조건이기도 한 현 부지 활용 계획은 전혀 진척이 없다. 이전 사업이 출발점에 매달려 있는 꼴이다.

새 자치연수원 건립이 속도를 내는 만큼 겉으로는 사업추진이 원활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총 40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충북도내 균형개발이라는 명분과 취지에 따라 이전을 승인하지만 선결과제가 있으니 이를 해결하라는 주문이었다. 지금의 연수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실질적인 계획을 세워 뒷감당을 하라는 게 이전의 조건이었다. 즉, 자치연수원 이전에 앞서 현 연수원 활용대책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새 연수원에서 전개할 연수·교육활동은 그 다음인 것이다.

이런 점을 충북도가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새로 짓는 연수원의 기본·실시설계 용역이 시작될때까지 현 부지 활용계획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이뤄진게 없다. 어느 방향으로 어떤 계획을 마련할 것인지조차 뜬구름일 뿐이다. 공공시설인 만큼 보통 매각(투자유치)이나 주민복지 등 새로운 용도로 전환, 다른 공공기관 이전 등의 활용계획을 짤 수 있다. 실제 이같은 방안들이 거론되고는 있다. 자치연수원도 충북연구원에 정책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제대로 된 검토는커녕 논의의 시작도 쉽지 않다.

자치연수원측은 실제 이전이 이뤄질 2025년까지 시간이 있다는 입장이다. 산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전 시점에 가서 말뿐인 계획만 내놓는 걸로는 안된다. 구체화된 내용이나 밑그림 쯤은 있어야 이전 책임을 다했다 할 수 있다. 이전 즉시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 때가서 계획에 맞춰 필요한 절차와 작업을 한다면 적지않은 시일이 다시 요구된다. 매각이 이뤄진다면 걱정을 덜겠지만 건물 노후화와 부동산 경기 등을 볼때 간단치 않을 듯 싶다.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다른 용도로 쓰거나 타 기관이 이전하는 경우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계획이 수립됐을 때 얘기다. 사전 준비가 안되면 실제 작업단계에 이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투자유치활동이나 활용계획 수립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건물이라서 한동안 비워 놓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 이전 시점까지 시간이 많다는 것은 관련된 일들을 미리 다 마쳐야 되고, 먼저 끝내라는 얘기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책임은 끝까지 뒤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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