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욕심 내려놓고 만나는 '산사의 평화'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단풍잎이 빨갛게 물드는 가을이 찾아오자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서 조용한 사찰을 찾아 생각에 잠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산속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는 사찰들이 있다.


◆산과 계곡 사이, 동화사= 서원구 남이면에 위치한 동화사는 병풍처럼 펼쳐진 주변의 산과 계곡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 석조비로자나불상 /정세환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 석조비로자나불상 /정세환

대적광전에 모셔진 석조비로자나불상은 1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이다.

이 석불은 머리가 오른쪽으로 약간 돌려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임진왜란 당시 법당에 들이닥친 왜장을 외면하기 위해 불상이 고개를 돌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동화사 삼층석탑은 청주시 향토 유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돼 있다. 이 석탑은 3층의 옥개석(석탑·승탑 등에서 탑 위에 설치한 지붕돌)과 기단 갑석(건물 건립을 위해 지면에 쌓은 돌)만이 남아있다.

동화사 앞을 흐르는 개울 건너편에는 석조 석가모니불 좌상과 그 좌우로 수십 기의 관세음보살 입상이 봉안돼있는데, 조각해 놓은 듯한 암벽과 어우러져 경관을 자아낸다.

◆청주의 천년고찰, 보살사= 보살사는 상당구 용암동 낙가산 남쪽 기슭에 위치해 있다. 낙가산이란 명칭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보살피는 관세음보살이 머문다고 전해지는 인도의 보타낙가산(普陀洛迦山)에서 유래됐다.

보살사 극락보전과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65호 청주보살사 오층석탑 /정세환
보살사 극락보전과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65호 청주보살사 오층석탑 /정세환

보살사는 신라 진흥왕 28년인 567년에 속리산 법주사를 창건한 의신대사에 의해 세워졌다. 의신대사가 새로운 도량(부처와 보살이 머무는 신성한 곳)을 찾을 때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머무르라 일러준 곳이 지금의 보살사라고 한다.

올해로 1천500여년의 세월을 지켜왔으나 5개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그저 소박하기만 하다.
 

보살사 극락보전 법당에서 신도들이 절을 하고 있다. /정세환
보살사 극락보전 법당에서 신도들이 절을 하고 있다. /정세환

본존불(예배의 중심이 되는 부처)로 석가모니불을 대웅전에 모신 것이 아니라 극락보전에 아미불(서방 극락세계에서 법을 설하는 부처)을 모신 것이 일반 사찰과의 차이점이다.

극락보전 앞마당에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65호 청주보살사 오층석탑이 홀로 서있다. 화려함보다는 단아함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 오층석탑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진신사리(석가모니 부처의 실제 유해에서 나온 사리)가 봉안돼 있다고 한다.

◆산사에서 꽃과 커피를 즐기다, 마야사= 상당구 가덕면에 위치한 마야사는 관음사에서 이두스님을 15년간 모신 현진스님이 지난 2012년에 세운 도량으로 올해 창건 10주년을 맞았다.

마야사 대웅전과 정원 /정세환
마야사 대웅전과 정원 /정세환

마야(摩耶)라는 절 이름은 부처님 어머니이신 마야왕후에서 따온 것으로 부처님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세상을 품고자 하는 뜻이다.

절에 들어서면 꽃과 나무가 가꿔진 넓은 정원이 산속에서도 탁 트인 편안함을 준다.

대웅전 내에 모셔져 있는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이 웅장함을 자아낸다.

대웅전 외벽에는 석가모니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사건 8가지를 묘사한 그림인 팔상도가 그려져 있어,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석가모니의 생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야사 한편에 위치한 마야카페 /정세환
마야사 한편에 위치한 마야카페 /정세환

사찰 한편에는 아담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카페와 갤러리가 마련돼 있어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갤러리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불교 관련 작품이 전시돼 있어 불교문화를 이해하기에 좋다.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은 "가끔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사찰을 둘러보며 순간순간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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