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청주시 제공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청주시

청주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청주만의 문화유산으로 '직지'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즉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국내가 아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어 우리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그런 직지의 국내 전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쪽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막 거론됐을 뿐이지만 설렘을 감출 수 없다.

국내 전시 얘기가 거론된 것은 프랑스를 방문중인 문화체육부 장관의 공식 요청에 의해서다. 이에 프랑스측에서 압류 우려를 밝히자 우리정부 차원의 보증을 약속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게 됐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근대 해외에서 들여온 문화재 반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제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않아 보인다. 특히 직지의 본향(本鄕) 청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만 하다. 그동안 수차례 다양한 경로로 직지 대여를 추진한 바 있어 거론 단계지만 이번 소식이 더욱 반가울 뿐이다.

알려진대로 직지는 약탈이나 도난이 아닌 구매를 통해 해외로 나갔다. 그런 까닭에 우리도 반환이 아닌 대여를 요구했고, 압류가 없을 것이라는 보증을 약속한 것이다. 앞서 2011년 청주시의 임시대여 요청 등 한국으로의 발걸음을 프랑스측에서 거절한 것은 압류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직지의 한국 전시를 감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의 인쇄·출판문화를 알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드높일 수 있다. 직지의 전시만으로도 뜻깊은 일이지만 직지의 도시 청주도 큰 호기를 맞게 된다.

이처럼 직지의 귀환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가운데 청주에서는 직지로 인해 건립된 '고인쇄박물관'의 명칭변경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청주시가 올안에 이름을 바꾸겠다며 설문조사와 시민공청회를 갖는 등 본격적으로 나섰다. 1992년 흥덕사지에 세워진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명칭변경 논란이 제기됐다. 고인쇄(古印刷)라는 이름으로는 직지와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박물관의 역할 확대에도 걸림돌이 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그동안 써온 이름을 함부로 바꾸면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잠잠했던 명칭 변경이 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인데 때마침 직지 귀환이 불거졌다. 새 이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청주직지박물관이다. 지금 이름을 그대로 쓰자는 여론도 적지는 않지만 '직지'가 들어간 명칭의 선호도가 높다. 만약 직지가 국내에 돌아왔을 때 태어난 그 자리에 직지라는 이름의 박물관이 반겨준다면 어떨까. 많이 나아졌지만 직지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미흡하다. 국내에서조차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물며 세계속의 직지가 되려면 한참 모자라다. 이름을 바꾸기에 이만한 기회가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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