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밴드에 동창의 부고가 떴다. 동창의 부모도 아니었고 본인이었다는 것에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다른 동창들의 안부를 대신 전해 주었던 그였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모진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하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신문의 사회면 한 곳에서는 40대 가장이 우울증을 앓는 노모와 장애를 가진 자식의 돌봄에 한계를 느끼고 일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 주변에서도 일어났던 일들이 다시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로 떠난 캠핑장에 자모들이 격려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동행한 자모들 중 유난히 밝고 유쾌한 사람이 있었다. 유머로 좌중을 사로잡았고 딸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남달라 보였다. 사는 것도 넉넉해 보이고 세상 걱정 없어 보였던 그녀가 며칠 뒤 집안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충격으로 남아있다.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우리 아이와 같은 학년이었던 그녀의 열한 살 된 딸이었다.

자살 유가족들은 주변의 시선과 고인이 보낸 시그널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죄책감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TV 프로그램 '금쪽 상담소'에 고(故) 최진실의 아들이 출연하였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어느새 어였한 청년으로 잘 자란 것이 대견하고 고마워서였다.

가수로 활동 중인 그의 고민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힘내'라고 하는 응원의 말들이 고맙긴 하지만 동정심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말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대중들이 '힘내'라는 말의 깊은 의미는 '죽지 말고 잘 살아'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설루션이 모든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유쾌하지 않은 순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자살은 먼 남의 일로만 알았고 매스컴을 통해서만 접하는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가깝게는 친척 언니의 남편인 형부가, 멀게는 인기 연예인의 죽음을 보면서 1위의 불명예를 실감했다.

전국 노래자랑의 진행자인 송해 님은 인생에서 가장 힘겨웠던 때는 유랑극단 시절이었다고 한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절망스러웠을 때 "남산 팔각정에 올라가서 마음으로 빌고 빌면서, 가족들에게도 미안해하면서 눈 꼭 감고 뛰어내렸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 순간 소나무 가지에 걸려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살아가면서 넘어지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상황을 반전 내지는 변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해결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아도 한 번은 다 가야 할 인생, 미리 서두르지 않아도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그리 서둘러 갈 필요는 없다.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다시 일어난다고도 한다. 내 마음의 문턱을 수시로 드나드는 자살이라는 검은 유혹이 있다면 외면하고 오기로라도 잘 살아보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