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천안주재 부장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빨갱이는 나와 다른 사람" 영화 '이웃사촌'에서 중앙정보부 실장으로 분한 김희원의 대사다. 그는 이의식 총재(오달수)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며 "당신이 말하는 빨갱이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나와 다른 사람은 단순히 생각을 달리하는 게 아니라 '방해가 되는 사람'으로 해석되며 '빨갱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제거하겠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요즘 시대가 그렇다. 나와 다른 사람은 프레임에 가두고 힐난한다. 오래된 이념갈등에서 세대갈등, 젠더갈등 등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세력들은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설득하려하지 않고 오직 내 주장이 옳다며 굴복시키려 한다.

요즘 박상돈 천안시장을 향해 '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를 건 단체들은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을 추진하고 있다. 동학 말미 주요 전투지였던 목천 세성산을 역사적으로 조명하고, 청일전쟁과 3·1운동,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천안지역 유적지가 많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된 질의가 천안시의회 제246회 본회의에서 있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관심은 둬야 하지만 우선순위는 들지 못한다. 시민공감대가 우선"이라며 이 단체들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세성산 전투의 역사적 가치에 있어 시민공감대를 앞세운 것이었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천안주재 부장

이 답변이 무릎을 꿇으라는 이유다. 추진단체 추정 310억원(지방비15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시민공감대는 어쩌면 당연하다. 박 시장이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문화'다. 박 시장은 김구 선생의 소원이었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K-컬쳐의 성지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말한다.

문화의 힘보다 동학기념관이 우선순위에 낮다고 해서 박 시장에게 역사왜곡의 프레임을 씌우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다 빨갱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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