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 소장·전 세광고 교장

네이버(NAVER)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로 40세 여성, 최수연 대표가 선임되면서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임 한성숙 대표가 50세의 나이에 부임했을 때보다 10년 빨라진 셈이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혁신을 추구하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여성 CEO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계 뿐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도 여성 지도자의 부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번에 물러나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대표적이다.

독일 청소년들이 '남성도 총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여성 정치인 메르켈은 16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독일을 유럽 최정상 국가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동독출신에 개신교 목사 아버지, 물리학도라는 불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중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럽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2015년, 시리아 난민을 대거 수용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대담한 결단도 돋보였다. 국내의 거친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내린 정치적 결정이기에 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독일이 유럽을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성숙한 대처 역시 전 세계 국가들의 모범이 되었다. 박수를 받으며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의 사례는 여성 지도자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알렉 로스(Alec Ross)를 비롯한 다수의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국가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는 시민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성의 역할 증대가 제일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정계, 재계를 중심으로 여성 지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며, 2030년에는 경제계의 반 수 이상을 여성 지도자가 차지할 것이라 예견한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권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라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마오쩌뚱의 영향으로 중국사회의 여성의 역할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보수적인 일본 역시 정부가 앞장서서 지도자의 30%를 여성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의 역할 증대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그 움직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연 이은 여성 CEO 선임이 재계의 이슈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여성의 위치가 미약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장벽의 정도를 가리켜 유리천장(Glass Ceiling)지수라 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2015년 통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 점수가 60점인데 한국은 불과 25점에 불과하다. 이러한 추세는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가사, 육아 등 여성이 직장생활을 안정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한 이유가 제일 크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지속적인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부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쉬운 점은 사회적 역할을 두고 젠더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이슈가 되는 병역의 문제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역할 분담에 있어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 차이점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치의 평등이 역할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학자 존. 요더(J.H.Yoder)의 주장처럼,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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