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국제스포츠계에 국제종합무예대회(International Multi Martial Arts Games)가 진출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가 국제스포츠경기총연합회(GAISF)에 가입돼 아시아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종합경기대회 기구가 된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인들 전체가 환영해야 할 경사다.

근대올림픽은 유럽의 스포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동양스포츠인 무예가 국제스포츠의 제도권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동양스포츠로는 일본 유도와 한국의 태권도만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이며, 일본 가라테는 2020도쿄올림픽 개최국의 선택종목으로 채택됐으나 2024 파리올림픽에는 제외됐다. 또한 구소련독립국가들의 전통씨름인 크라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GAISF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올림픽 레슬링의 주관기관인 세계레슬링연합(UWW)의 라이벌 이슈 제기로 회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제종합무예경기대회 조직인 WMC가 서구 스포츠의 주류 세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앞으로 동양스포츠인 무예가 서양스포츠와 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인 충북이 20여년간 무예진흥사업을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이번 WMC의 GAISF진입은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래 스포츠 분야의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다.

WMC의 GAISF 가입은 앞으로 본부 도시인 충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적인 공신력을 얻은 WMC의 신뢰는 높아지고, 각 국의 국가무예마스터십위원회(NMC)와 국제무예연맹들(IFs)의 참여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의 개최 후보 도시가 늘어나고, 다양한 무예의 국제연맹 가입에 따른 연맹들의 경쟁으로 대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7억여원의 WMC운영비 지원에 대한 충북도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현재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국가의 지원근거가 마련될 것이며,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스폰서가 확대돼 WMC 재정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WMC의 재정적 안정과 성장이 이뤄지면 WMC 창립도시이자 본부도시인 충북에 다양한 환원 사업과 경제적인 환경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 국제기구로서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학교와 도민들에게 제공하고, 세계 각국의 우수 무예인재들이 충북을 찾아 교육과 연수가 이어질 것이며, 각종 국제행사에 참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WMC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충북의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기업과 지역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측은 이미 IOC 본부를 두고 있는 스위스 로잔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종목의 국제연맹을 유치한 도시들의 성장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중·일의 무예경쟁은 치열하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무술정책과 1964 도쿄올림픽 기금으로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여하는 일본 정부의 무도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올림픽종목인 태권도에만 연간 500억원이상을 집중 투자하고, 이외의 무예에 대해서는 빈약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충북도와 도민들은 충북을 세계무예의 중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지원 정책과 충북도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WMC는 국제연맹과 각 국의 위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번 GAISF 가입을 계기로 임원 자리와 본부 유치를 위한 WMC 구성원들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국제기구 WMC본부를 다른 국가나 다른 도시로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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