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모든 생물은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성분을 섭취하는 역할을 하는 뿌리가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적당한 수분과 온도에 맞추어 씨앗을 터뜨리고 뿌리를 내려 생명선을 잇는다. 이때부터 스스로 백년이든 천년이든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천수의 조화를 이룬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다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지만 동물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천혜 때문에 어버이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탯줄을 타고 태어난다. 식물은 뿌리가 삶의 중심이지만 동물은 탯줄로 연결된 어미가 뿌리되어 자립할 때까지 신세를 져야한다. 식물에게는 생략된 그 긴 시간을 어버이의 보살핌으로 성장해 홀로 설 수 있기에 부모의 고마움(恩惠)은 잊지 못하고 있다.

뿌리가 튼실하게 널리 뻗은 나무는 폭풍염천과 엄동설한을 극복하며 아름다운 꽃 피우고 탐스런 열매 맺어 헌신하며 내일을 다짐한다. 사람도 어버이가 자녀에게 북 주고 물주고 거름 주어 튼튼한 기둥 세워 세상에 내보내니 쓸모 있는 살림꾼 돼 주위의 우러름도 받는다. 수백천년의 세월흐름 지켜보느라 속이 상해 겉줄기만 남았어도 양분 찾아 멀리 뻗은 실뿌리가 천명을 다스리니 참으로 거룩하다고 사람들은 존경까지 표한다. 그래서 뿌리를 찾는 것이리라.

천야만야한 절벽의 박토에 터 잡아 세상구경 나온 연아(軟芽)가 온갖 고초 겪으며 어렵사리 내린 뿌리로 차곡차곡 쌓은 소나무의 나이테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 환경을 어떻게 견디고 타협(適應)하며 줏대를 세웠을까! 그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 그 앞에서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은 아마도 그가 겪었을 인고의 세월에 대한 숭엄(崇嚴)함이리라.

개천하여 4천353년을 지켜온 우리도 그 뿌리를 찾아보면 아주 멀고도 깊은 곳에서 오늘도 자양분을 모으고 모아 올려주고 내일 위해 재워 주리라. 그 속엔 분명 나의 한 뿌리도 수십수백의 마디마디에 매듭지으며 오늘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나를 내보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 세상 즐기도록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며 삶의 이치 깨쳐준 그 뿌리를 어찌 잊으랴!

나무의 뿌리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때는 인간에 의존해 연명하지만, 그런 행운을 받지 못할 땐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마지막 봉사거리를 찾는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인간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나무에게서 배우는 소중한 건 바로 아낌없이 주는 헌신이다. 죽으면 썩어 거름될 몸이기에 기능 잃고 꺼져가는 누군가의 뿌리 회생의 덕(德)되길 소망하며 자신을 기부함은 한 세상 더불어 마음껏 즐기던 터전의 자리 값 정산이리라.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그래도 그 뿌리는 오늘도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데 주변인들에게 결초보은(結草報恩)하라고 일깨우는 그 자신은 죽으면서도 뿌리의 기적 도움을 간구하는 기도를 한다. 그래서 뿌리는 의구한데 사람은 변화가 무상인가보다. 뿌리를 모르고 잘못 길들여진 이가 사람다워지기를 바라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임을 깨달으니 돌아갈 길은 막힌 지 오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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