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분주하다. 1년의 사업성과를 마무리해야 하고 내년도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잔여 예산을 이월할지, 사용할지, 불용처리할지 등 자신의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여러 일들을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업무를 꼽자면 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해야 한다. 각종 자료들을 정리하고 의원들로부터 요구받은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실·과장 등 부서장들에게 올해 추진한 사업에 대해 잘된 점, 미비한 점 등을 세밀하게 살펴본 후 보고한다. 행감장에서 의원들이 지적할 질의사항에 대한 모범 답안도 준비해야 한다.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행감 준비에 매달린다. 이래저래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청주시의회가 11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본청 각 실·과와 4개 구청, 사업소를 대상으로 2021년도 행정사무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심도 있고 날카로운 질의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의원들의 올 행감 성적을 후하게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도 한 상임위에서 행감이 파행을 겪었다. 예년과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상임위에서는 집행부의 답변이 부실하다며 정회시간 일부 의원들이 사전협의 없이 행감장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날 행감은 실시되지 못했다.

행감 대상 부서는 다음 날 다시 와야 했고 행감을 기다리던 다른 부서 직원들도 이틀 연속 행감장에 대기해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일부 직원들은 일정을 취소하는 등 한 바탕 소동을 겪었다. 자료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는 수준의 질의도 이어졌다. 행감자료를 사전에 살펴보고 내용을 파악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감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해마다 나오는 이유다.

집행부의 부실한 자료와 업무에 대한 숙지 부족, 행감장에서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도 해마다 이어지는 지적사항이다. 결국 의회, 집행부 모두 형식적인 수준에서 준비하고 참여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심도 있고 날카로운 질의보다 단순 질의로 일관하고 이에 대한 형식적 답변과 자료가 해마다 계속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는 꼴이다.

지방의회가 내년 1월13일부터 인사권독립을 앞두고 준비작업 중이다. 인사 업무 등이 증가하면서 인원이 일부 증원되고 의원들의 정책입안 등을 도울 정책지원관이 도입되는 등 의회의 몸집이 커진다. 몸집이 커지는 만큼 더 큰 책임과 의무도 뒤따른다. 의원들 스스로도 몸집을 키워 커진 의회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집행부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살펴보고,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한 명의 시민들을 더 만나고 집행부의 인식보다 한 발 더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공부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의원에게서는 좋은 정책이나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자리에 연연하고 지역구 민원이나 해결하며 인기에 부합하는 의원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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