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2018년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용균 씨(94년생)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건이 있은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작업장은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2인 1조의 근무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사고 당일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늘 그래왔다. 누군가의 어린 아들은 그렇게 참혹한 모습으로 홀로 사망했고, 시신은 5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태안 화력에서는 이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다. 2017년에도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가 있었고, 일하며 죽을지도 모를 불안은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을 뿐,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유럽연합 산업안전보건청(EU OSHA)이 중소기업 13곳을 대상으로 5년에 걸쳐 안전보건에 투자한 비용과 편익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3곳 중 11곳이 4년 내에 투자 비용을 회수했고, 나머지 2곳도 작업 조건과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보건에 투자하면 사고 감소 뿐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편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언제나 안전에 대한 예방적 투자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안전 법규를 무시하면 기업에게 대체 얼마나 큰 이익이 돌아오기에 우리 기업은 이렇게 많은 누군가의 아들·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어머니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거는 것일까?

돈 없고 학력 없고 연줄 없는 사람들, 싼 임금에서도 별수 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하청업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회사의 책임 구역 밖으로 내보내고, 위험하고 더럽고 병드는 작업을 이들에게 모두 떠넘겼다. 이제는 그 자리를 외국인노동자에게 내어주고 있다. 우리사회에 많은 위험한 일자리는 더 소외된 이들로 메워진다. 꼭 죽음에 이르지 않더라도 일하며 다치고, 몸과 마음에 병이 드는 일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난다. 기업만의 책임이라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청년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수 많은 이들이 일하는 곳에서 죽음에 이른 사고들은 계속됐다. 그 사이 법도 바뀌고, 제도도 달라지고 있지만 누군가의 목숨을 댓가로 받아들여야하는 변화는 너무 더디고도 씁쓸하다. 그동안 산업안전은 고용노동부의 역할이었고 지자체가 산재예방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었다. 올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지자체에서도 해당 관할 지역의 산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사업장에 대한 지도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충남, 충북, 인천, 광주 등에서는 산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이미 제정했고, 안전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자체 안전점검반 제도를 운영하는 등 산재 예방 활동을 추진 중에 있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충남연구원

지자체는 산재를 관리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사업장을 지도감독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올 들어 지자체 발주공사의 사고 사망자 수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 지자체와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산재예방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해 더 이상 일자리에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또 다른 감시의 눈이 생겨났다는 의미에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기대와 소망을 함께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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