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오은정 충주용산초 수석교사

가을이 깊었던 어느 주말 아침, 남편이 산에 가자고 한다. '아~ 산' 감상하는 것은 좋지만 직접 내 다리로 올라간다는 것은 교직원 연수 때 외에는 하지 않는 일이다.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길을 나섰다. 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등산화에 배낭에 마스크도 하고 걸어올라가고 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참 가벼워 보였다. '힘든 일도 자신이 좋아서 하면 말려도 소용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돌아왔다. 본교는 코로나19로 묵혀둔 학교특색사업인 학생자율동아리를 2학기부터 운영하게 됐다. 필자는 5학년 몇몇 개구쟁이들을 설득해 인문고전도서를 읽으면 공부도 되고 학급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9명으로 동아리가 꾸려졌고, 첫 번째 도서로 '어린이 격몽요결'을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윤독하고 생각을 나누는 형태로 진행했다. 우리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읽고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같이 보냈다. 이제는 필자 없이도 회원들끼리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간식도 나눠 먹고 삶을 나눈다. 필자가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날짜를 옮기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오전 8시에 등교해 0교시에라도 모여 활동을 한다.

오은정 충주용산초 수석교사
오은정 충주용산초 수석교사

이제는 산 애호가들처럼 인문고전 읽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됐나 보다. 운동장에는 날씨 불문 공을 차는 아이들이 있고, 매일 도서관에 들르는 아이들이 있다. 또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창 앞이면 어김없이 춤을 추는 아이들, 교정의 식물을 관찰하는 아이들 등 자신이 좋아하는 걸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육은 한 개인이 할수록 더 좋은 저마다의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학기 말이라 동아리를 마감하자고 하고 싶었는데 웬걸, 우리 회원들은 같이 읽을 다음 책을 고르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