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온 산하가 걸작이 되어 모든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단풍잎이 초겨울 삭풍에 우수수 떨어진다. 떨어지는 것이 어디 단풍잎뿐이랴. 가을이 깊어가고 단풍이 한창일 때 어머니 같은 큰 시누님, 동생 같은 막내동서, 아버지 같은 큰 형부를 보내야 했다.

지병이 있어 예견은 하였으나 슬픔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애통함에 내 몸과 마음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름거렸다. 입맛도 없고 삶이 허무했다. 무심코 카톡을 보니 청주문화원 문화강좌 '성과 공유회' 초대장이 방그레 웃고 있다. 슬픔을 잊고자 큰 기대 없이 참석했다.

대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차향에 매료되었다. 예스러운 전통차블렌딩이 고아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감미로운 향긋함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전환이 되었다. 실용적이면서도 자연을 담은 듯 수려한 생활자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때는 예쁜 생활자수의 매력에 빠졌으나 시력이 떨어져 손을 놓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애착이 많이 갔다. 밝은 미소를 주는 서양화, 스토리가 보이는 민화와 캘리그라피, 사군자까지 속울음을 삼키는 내 마음을 다독인다.

한국무용, 가야금, 민요 순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강당 안은 웃음꽃이 만발하고 즐거움이 가득했다.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정적이며 가만가만 움직이는 한국무용이 고통과 아픔, 슬픔을 치유하는지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출연자들의 유연한 몸놀림에 젊은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연세가 지긋해 보인다. 어찌 배우고 익혔을까. 존경스럽다. 청아하고 흥겨운 우리나라 전통악기 가야금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민요 공연을 보면서 창을 잘했던 며칠 전 타계한 형부가 생각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중세시대부터 많은 인문사회학자, 특히 철학자들은 도시는 인간의 삶이 연기되는 연극의 무대로 비유하였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산다는 것은 마치 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여러 장르의 연기를 하여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도시는 무대에서의 삶을 연기하는 장소가 되며, 설치되는 무대의 주제에 따라 삶의 연기가 희극 또는 비극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다. 그래서 도시라는 무대는 행복한 삶이 주제로 꾸며져야 한다. 시나리오 역시 행복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삶에는 연습이 없으니 연극의 연기와는 달리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건축, 조경, 자연환경, 문화가 어울리는 질서로 조화된 하나의 무대 세트가 되어야 한다.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이번 '성과 공유회'는 출연자나 관객 모두 코로나 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향기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역문화 중심에서 아름답고 풍성한 문화의 꽃을 피우는 문화원은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길라잡이란 생각을 해본다.

바람은 시 낭송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싶다. 시 낭송을 해본 적은 없지만, 격조 높은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외우고 낭송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맑은 마음, 고운 생각으로 가득 차오를 것 같다. 사랑과 행복이 도담도담, 모두가 함께 웃는 문화도시 청주 만들기에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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