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또다시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나라밖 국제정세는 칼날위의 춤판처럼 위태위태한데 나라 안은 온통 대선 판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 판이 비정한 것은 그러려니 하거니와 어쩐 일인지 날이 갈수록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국민들은 장편 핏빛 영화를 보다가 어느새 그 영화에 갇혀버렸다. 소시오 패스, 심신미약, 간통, 사생아, 독직, 배임, 스토킹, 데이트 폭력, 조폭, 무슨 게이트, 계획살인 등 일상이 범죄언어 범벅이 되고 살기가 치솟는다. 정치권과 언론은 뒷생각 없이 분열을 부축이고 귀하게 지켜온 모두의 가치관은 허물어져 화근이 점점 증폭된다. 가볍던, 무겁던, 사실이던, 아니던 검증의 칼날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은 부패, 부정, 거짓과 음모의 악행이다. 악은 아무리 시침 떼고 숨겨도 결국 들통 나고 패가망신하는 화를 자초하게 된다.

단군시대부터 이어 온 겨레의 지혜보고인 '참전계경'은 '화는 오직 악행이 불러들이는 것이다.'라는 분명한 가르치심을 주고 있다. 악행을 속임수, 빼앗음, 음란, 상해, 숨은 악행, 반역 등 크게 여섯 가지 조(條)와 다시 42가지 목(目)으로 세분하여 경계하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고 있다. 이 모든 조목은 양심을 버린 시도로 이는 바로 하늘을 모독하는 처사이다. 하늘의 망은 아주 굵고 성기지만 어둠 속에서도 환히 보고 있기에 털 올 하나 빠져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재삼재사 알려주고 있다.

참전계경 제186사 '만천(慢天)'은 '하늘을 업신여김'에 대해 다시 엄중히 경고한다.

'만천이란 하늘이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빠짐없이 비추어 보고 있음을 (자신의 꾀를 과신함으로) 미처 모르는 것이다. 착함을 행하여 이루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며, 악함을 행하여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며, 위태로운 일을 감행하여 요행히 들어맞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다. 어리석은 사람도 착함을 행하면 하늘의 힘으로 성취하며, 지혜로운 사람도 악함을 행하면 하늘이 이를 못하게 하며, 교묘한 꾀를 지닌 자가 위태로운 일을 감행한다면 하늘이 어지럽게 시험을 하여 그 교묘한 꾀를 거두어 버리고 만다.'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대장동 개발 건'에 대하여서는 한쪽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업적이다" 강변하고 반대쪽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다"라며 졸지에 거룩하신 단군 할아버지까지 소한되고 있다. 급기야는 자타가 공인하는 어용지식인까지 "대장동은 옳다"고 주장하니 대다수 국민들은 더욱 어둡고 답답해질 뿐이다. 관련자들의 사생활은 다 까발려져 아득히 오래된 언행도 다시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없는 일도 지어낸다. 언필칭 막무가내 프레임 씌우기이다. 급기야는 스스로 귀한 목숨을 끊는 자도 나오니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내 앞에 놓인 것은 먼저 삼키고 보자는 욕심에 걸려 몸도 마음도 최후를 맞이한다. 이 또한 애처러워 참전계경은 제176사 '정식(精食)'편에서 다음처럼 경계한다.

'정선된 음식이란 좋은 음식만을 구하고 찾지 않음이니, 호랑이가 고기를 먹으려다가 함정에 빠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다가 낚시에 걸리는 것은, 좋은 음식을 탐하는 입 때문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을 탐하는 입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면, 영혼이 의지할 바 없게 될 뿐이니 이를 미리 구제하는 것은 정식이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여하튼 이렇게 대놓고 뻔뻔하고도 비천한 막장 아수라 복마전 대선은 처음이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고 악행은 마땅한 댓 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눈 없고 귀 없다고 하늘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면 바라는 바를 티끌만큼도 이룰 수 없다. 내안에 환하고 영원한 하늘이 있음에 어찌 나에게서 빠져 나갈 수 있겠는가?

네 편 내 편 없다. 민심이 곧 천심이다. 하늘이 두렵지도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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