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고인 A씨는 경찰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런 대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사건이 가정 내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의붓딸은 지난 3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에서 A씨와의 대화내용 일부를 진술했다. "나(A씨) 교도소 갈 수 있다. 잠도 안 오고 우울하다" A씨는 의붓딸에게 자신의 죄가 드러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의붓딸은 그 말을 듣고선 "나도 아빠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진술은 아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뒤바뀌었다. 강제추행 및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던 의붓딸은 "꿈인 것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해바라기센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붓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자 이번에는 친모가 달려들어 입을 막았다. '성폭행을 당한 일이 없는데 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냐'고 하자, 당황한 의붓딸은 말을 바꿨다.

의붓딸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의붓딸은 친모로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고 정서적 소통이 가능한 A씨에게 의존하는 등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가 성범죄로 신고된 상황이 자기 잘못이라는 죄책감을 지니거나, 피고인과의 이별을 자신이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리를 지니게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이런 의붓딸 곁에는 피고인 A씨와 죄를 감추는 친모만 있었다. 전문적인 기관에서의 보호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초기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여성단체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도개선에 앞장서야할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A씨처럼 피해자를 길들여 죄를 숨기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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