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끔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질문을 받으면 쉽게 답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전공은 지역사회복지이지만 이 영역은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가족, 다문화, 외국인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와 관련이 되어 있다. 게다가 이들이 가진 빈곤, 외로움, 교육 불평등, 디지털 격차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모두 다루기 때문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아동의 놀 권리와 이주배경아동의 지원 체계에 대한 연구에 참여했고, 빈곤 문제는 자활사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청주시민의 사회복지 욕구 조사를 진행하고 괴산의 노인복지정책을 제언하기도 했고, 디지털 격차와 관련해서는 강의콘텐츠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성과는 여럿이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장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능하다면 현장 동료들을 연구진으로 위촉해 공동연구를 많이 진행한다. 올해 참여한 수많은 연구 중 단연 의미 있는 연구는 장애인복지관과 함께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사업'에 관한 것이다. 지난 12월 10일,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여 의견수렴까지 마치고 마무리에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도 많은 이들이 참석해 의견을 더하면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굳이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들이 다른 장애인과 다르게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기능이 낮은 이들에게는 일상생활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교육의 범위와는 다른 맞춤형 교육이 필요해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서 교육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은 개인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대한 교육이 기본과정으로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이 고등학교나 전공과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해 자립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사회 진출이 어려워 학교 졸업 후 집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돌봄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기초생활기술을 유지해나갈 기회가 줄어들어 정규교육과정에서 어렵게 익혀온 신변처리기술, 일상생활기술, 지역사회적응기술 등을 점차 잊어버리게 되면서 퇴행하거나 또 다른 돌봄이 필요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평생교육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은 그들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이기보다 여전히 발달장애를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단일 집단화하여 제공하거나, 공급자 중심으로 기관에서 제공 가능한 프로그램만을 운영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연구가 시작됐다. 현재 우리 지역은 청주와 충주지역에만 일부 예산이 지원되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발달장애인의 66.1%가 시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안그래도 이동 및 접근성 문제를 가진 군단위 지역은 예산 지원마저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더 크다. 연구에 참여한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오랜 시간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발달장애인을 보며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고 한 목소리를 내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비장애인에게 평생학습은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애 전체에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이 갖는 의미를 더욱 확장하여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생교육 참여는 발달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통로이자 원동력인 것을 인지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며 제공자 관점이 아닌 이용자인 발달장애인 측면에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