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내년도 국가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대를 넘었다. 그런데 정작 농업예산은 16조8천767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심의를 거치면서 당초 정부안보다 2천억원 늘었다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몫은 고작 2.8%로 역대 최소 수준이다.

물론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사업과 농신보 출연 등 주요 사업예산이 일부 증액되어 올해보다 3.6% 증가한 17조원을 넘보게 되었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국가 전체 예산이 전년 대비 8.9% 증가한 것을 고려해 볼 때 농업예산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기 때문이다. 각 농민단체에서 예산안 통과 즉시 성명을 내고 비판하는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농업과 농촌은 식량을 공급하는 기능 외에도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농촌활력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 및 요소수 등 글로벌 공급망 부족사태를 경험한 바 있기에 식량안보 기능으로서의 농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SG(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는 또 어떤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대되고 있다고는 하나 농촌현장의 현실은 '언 발에 오줌누기'수준일 뿐이다. 우리 농촌의 공동화, 고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식량안보를 책임 질 다음 세대를 이을 청년이 없을 정도다. 청년들이 농촌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디지털혁신 및 디지털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이미 애그테크(농업+기술)가 발달한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이제 농업도 디지털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에 내년도 농업예산 17조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위해 '농업의 디지털혁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정말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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