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을 두 번 울린 '선 화장(先 火葬)' 장례 지침이 개정된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면서 방역 측면에서도 안전한 방향으로 장례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나 주요 선진국의 권고 사항을 볼 때 '선 화장' 지침을 지속할 근거가 부족하고 유족의 애도 기간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코로나 관련 장례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이 '선 장례, 후 화장이나 매장'으로 바뀌고 장례 실무 인력과 시설의 감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세부 절차가 마련된다.

방역당국은 코로나 유행 초기인 지난해 2월 시신과 접촉하면 코로나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선 화장' 지침을 서둘러 도입했다. 특히 유족이 정부 지침을 동의해야만 장례비용 1천만원을 지원해 사실상 '선 화장'을 강제해 왔다. 실제로 장례비용 지원 제한으로 지난 17일 기준 코로나 누적 사망자 4천여 명 가운데 80%가 이 지침을 따랐다. 이에 따라 확진자 대부분이 격리 병동에서 사망하면 장례식장에 안치도 못하고 곧바로 화장됐다.

그래서 유족은 고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방정부가 지정한 화장장에서 정해진 순서에 약 90초간 먼 발치서 밀봉된 관을 바라보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죽어서도 고인 얼굴도 못 보고 떠나 보내야 하는 건 정말 가혹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유족들은 '아무리 상황이 심각해도 이건 너무하다. 고인을 직접 만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내야 하느냐. 억울해서 못 보낸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회 국정 감사에서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선 화장'이 장례도 못 치르고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강제적인 지침인 데다 비과학적이라는 WHO 보고서까지 나왔으나 '감염이 우려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비난을 샀다.

WHO는 '에볼라 등 출혈성 열성 질병과 콜레라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시신은 전염성이 없다'며 '코로나 시신을 화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 감염 여부는 매장과 화장을 선택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유족의 입장을 고려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지침 개정을 환영한다. 하지만 장례업계에서 방역지침 개정에 반대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장례업계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코로나 사망자는 안된다. 받을 경우 코로나 장례식장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다. 메르스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 감염병 사망자가 빈소에 있다는 소문이 나면 한동안 손님이 뚝 끊긴다"며 선 장례 반대를 주장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코로나 사망자가 60여 명으로 급증했다. 위중증 환자도 1천명 이상으로 늘어 선 장례 지침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어렵지만 장례업계는 감염병 시신 보관용 냉장고 등 다양한 시설과 자금 지원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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