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습지의 가치
충북 습지의 가치
  • 중부매일
  • 승인 2021.12.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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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어느새 풀들이 땅으로 눕기 시작합니다. 봄부터 땅으로부터 시작된 삶의 여정이 이제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가득한 자연은 이제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됩니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는 것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막연하게 공기, 물, 경치, 쉼터 등을 떠올릴 텐데 딱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이 살아있는 생물군집과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는 가치에 대해 1997년 생태계 서비스라는 단어로 정의했습니다. 크게 토양침식 억제, 수질 정화, 꽃가루받이, 야생동물 서식지, 해충 방제가 대표적이며 연구가 발표된 1997년 전 세계에 총 33조 달러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탄소 고정, 기후의 안정화 등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와 천연약물, 심미적, 종교적, 문화적 가치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가치가 손에 바로 쥐어지는 가치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간과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주변에 숲과 하천이 사라지고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면서 이젠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중에 가장 가치를 받지 못한 것은 바로 습지입니다. 습지는 과학적으로 육상과 수생태계 사이의 전이지역이거나 지하수면이 지표면에 있거나 또는 지면이 얕은 물로 덮여 있는 곳을 말합니다. 어려운 것 같지만 쉽게 물이 있어 축축한 땅을 모두 습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지 구역인 갯벌부터 하천부지 그리고 작은 방죽 등을 불모지라고 여기고 매립을 하거나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습지로 받은 생태계 서비스가 감소하면서 다시 습지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습지의 첫 번째 가치는 생물다양성입니다. 생물다양성의 중심인 종다양성은 특정한 환경에 대한 생물종의 진화적 또는 생태적인 적응을 통해 다양성이 유지됩니다. 특히 습지는 물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 사는 생물종은 다른 환경에서 서식할 수 없는 특이한 종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며 반도 형태의 특이한 지형으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 높은 나라입니다. 생물다양성은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입니다. 따라서 습지가 사라지면 이 많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 가치는 수질 정화입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혜택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쉽게 오염된 물을 모두 정수기 필터로 걸러서 하천에 보내야 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요. 미국생태학회의 자료에 의하면 습지는 물속의 금속물질 20~60%, 질소 70~90%, 인 50% 정도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영양소들을 하천에 바로 유입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녹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년 식수원에 발생하는 녹조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 이유 중 하나는 자연습지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물이 맑은 미국의 뉴욕시는 20세기 후반에 하천 주변의 숲을 베어내고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수질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60억~80억 달러들 들여 정수장을 만들고 매년 3억 달러 운영비를 쓸 것인지 10억 달러를 들여 숲을 복원할 것인지를 선택했습니다. 뉴욕시는 숲을 복원하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물과 쉼터, 홍수조절까지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세 번째 가치는 탄소 고정입니다. 습지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고정하고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대략 습지 1㎡이 연간 3.6㎏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데 울창한 숲이 연간 700g 정도이니 대략 5배의 가치가 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충북은 한반도의 내륙지역으로 하천과 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강, 금강 그리고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류까지 다양한 습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강의 비내섬이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 그동안 한 곳도 습지보전지역이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관련된 습지 조례도 아직 없습니다. 또한 하천과 호수의 습지는 대부분 조사되었지만 충북의 산에 있는 산지습지는 한 곳도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생태계 서비스 보상제도가 실시되면 탄소제로와 기후변화에 충북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습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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