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는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풍부한 공업용수 등 기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춰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충주로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 기업이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시의 인구는 좀처럼 늘지 않고있다.

시·군 통합 이후 한때 22만 명에 육박했던 충주시 인구는 20여 년째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는 21만 명이 채 안된다.

입주 기업이 늘어나는데도 충주시의 인구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정주여건 때문이다.

특히 열악한 의료서비스 문제가 인구 유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다.

충주는 충북 북부 최초의 대학부속병원인 건대 충주병원이 설립되면서 의료서비스 향상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건대는 이어 90년대 후반에 건대 글로컬캠퍼스 후문 인근에 있는 실습농장 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축이전하기로 하고 설계까지 했다.

지역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당시 충주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건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을 서울로 이전한 뒤 이 계획은 유야무야됐고 시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지역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인가받은 건국대는 서울에 건국대병원을 설립해 집중 투자하면서 충주병원은 투자를 중단한 채 거의 방치해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서울과 충주 두 병원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건대 충주병원 지부장은 "재단이 서울병원에 3천억∼4천억 원이나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과는 상대적으로 15년간 충주병원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충주병원은 전국의 대학병원 가운데 가장 규모도 작고 시설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충주병원의 허가병상수는 306병상이지만 실제 재원환자는 계속 200병상에도 못미친다.

지역민들은 건대가 충주시민들을 무시하고 기만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충주시의회와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를 꺼리다 보니 충주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하고 시설 확충도 안돼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양승준 지부장은 "예전에는 인턴과 레지던트(전공의), 교수가 있어서 전공의가 응급실이나 입원환자들에 대한 주치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전공의 수련을 위한 교수들이 부족해 전공의를 뽑을 수 없다"며 "응급실에서 응급처치 끝나면 해당과로 입원시켜야 하는데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전원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외래환자들이 입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건대가 지역을 외면하면서 지역민들은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 법인은 사전 허가 없이 120억 원을 옵티머스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노조가 유자은 이사장을 사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경고조치했으며 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승준 지부장은 "건대 의대는 충주지역 의료에 대한 혜택을 명분으로 인가됐고 이는 충주시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충주병원을 대학병원다운 병원으로 만들어 지역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심내혈관과 응급외상, 36주 이하의 산모 고위험 산모, 장애인·어린이 재활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중환자들이 외지로 가지 않도록 의료진을 확충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기 충주시의회 의원은 "건대가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지역에 대한 배반으로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한다"며 "건대는 재단의 이익만 고려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충주병원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종합병원으로서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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