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일상은 한 해가 되고, 한 해는 인생이 된다. 한 해의 끝자락이 되면 자신의 존재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았는지를 묻고 답한다. 사람은 살면서 중요한 것을 얻거나 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때 살아온 인생을 성찰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궁리한다. 삶에 대한 성취와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게 되면 인생은 자유로워진다. 삶에 대한 후회와 절망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게 되면 인생은 버거워진다.

나는 퇴직자로서의 삶을 3년째 살고 있다. 퇴직 후 한 동안은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에서 느껴지는 무기력감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럴듯한 일을 하지 않고 일상을 보낸다는 것은 잘못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위기의식이 엄습하여 초조해졌고 자책도 했다. 한가롭게 소일하는 일상을 못 견디고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고통스러웠다. 위대한 일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으려했던 어리석음으로 나는 가슴앓이를 혹독하게 치렀다.

많은 사람들은 꿈을 실현하는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는다. 꿈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어 꿈꾸지 않는 이들을 향해 혀를 차는 세상에 살고 있다. 꿈이 소박하면 야망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럴 때마다 기세가 꺾여 주눅이 들고 위축된다. 꿈이 삶의 전부인 사람에게 꿈의 좌절은 인생의 암담함에 의욕을 상실하고 일상이 휘청거린다. 꿈은 삶의 일부일 뿐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꿈이 있는 일상만이 위대한 삶은 아니다. 원대한 꿈이 없어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성숙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도 충만한 삶이다. 편안한 일상을 위해 맞닥뜨리게 되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에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고 사랑하며 사는 일상도 고귀한 삶이다. 꿈아 없는 일상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값진 삶이다.

행복은 자신 안에 있고 자기답게 사는 일상 속에 있다. 사람은 일상을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다.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을 소중히 여기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잘살고 있는 삶이다. 어제와 같은 일상이 되풀이되어도 괜찮을만한 오늘을 살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든다면 의미 있는 삶이다. 행복은 매사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과 일상에 머문다.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자신과 타인의 좋은 점만을 바라보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일상의 매 순간이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인식은 삶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통해 죽음의 실체는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이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일상을 제대로 살기 위해 애쓴다고 했다. 살면서 누리는 행복한 순간도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알게 되면 삶을 되짚어보고 미진한 일상의 변화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소소한 일상이 소중한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 소소한 행복은 나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들어내며 자기답게 사는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지족하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은 봄꽃처럼 피어난다. 김형석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 예순은 되어야 철이 든다."고 했다. 예순의 인생을 처음 살아가야하는 나에게 힘이 되고 위안도 얻는다. 나는 아내와 함께 먹는 끼니를 2년째 담당하고 있다. 여생 동안 끼니를 생색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련하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만큼 철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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