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용의자 대치 끝에 검거·1년전 마약사범도 추격 체포
경찰입문 1년만에 계급 특진… "절차대로 대응했기에 성과"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새해벽두 지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용의자가 한 경찰관의 남다른 눈썰미와 침착함으로 사건 초기 검거됐다.

살인 용의자를 앞에 두고도 침착하게 대응한 경찰의 모습은 강력범죄 대응논란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살인 용의자 A(27·러시아)씨를 붙잡은 경찰은 괴산경찰서 교통관리계 김진성(27) 경장이다.

지난 1일 증평 외국인 살인사건 수색에 참여한 그는 오전 9시 8분께 증평 반탄교에서 초중사거리 방면으로 걸어가는 한 남성을 발견한다. 'BOY'라는 단어가 적힌 모자, 흰색과 빨강색이 섞인 패딩점퍼까지 A씨 모습은 살인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동일했다.

김 경장은 "오른쪽 창문으로 A씨를 발견하고 멀찍이서 차를 돌리고 조용히 그의 뒤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A씨를 자극할 경우 돌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A씨가 증평 반탄교를 지나 초중사거리로 향하자, 김 경장은 지체 없이 차에서 내려 그의 앞을 막아섰다. 초중사거리 인근에는 주택이 밀집해 있었기에 추가범행을 우려해 내린 판단이다.

김 경장은 "A씨의 이동경로가 주택밀집지역을 향하고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며 "마침 증평지구대 직원들도 도착해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살인사건 용의자 앞에서도 김 경장은 침착했다. 먼저 그는 주머니에 넣고 있던 A씨의 양손을 빼게 한 후, 흉기가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

김 경장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수십키로 추격전 끝에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도 했다.

2020년 1월 7일, 겨울철 빙판길 사고예방 순찰 중이었던 김 경장(당시 순경)은 범죄의심 차량 발견했다. 정차명령을 무시한 차량과의 추격전만 20㎞. 김 경장의 끈질긴 추격에 혀를 내두른 차주는 갓길에 차를 버리고 비탈길로 도주했다. 이에 김 경장은 벗겨진 신발과 산에 남아있는 발자국 등을 단서로 그의 뒤를 쫓았고, 결국 민가에 숨어있던 태국인 B(23)씨를 붙잡았다. B씨는 마약을 한 채 운전을 하다 김 경장의 남다른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 등을 계기로 김 경장은 경찰 입문 1년여 만에 경장 계급장을 달았다.

김 경장은 "경찰관 한명의 대응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절차대로 대응했기에 범인 조기 검거 등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개인이 아닌 조직에 공을 돌렸다.

실제 증평 외국인 살인사건 발생 직후 백석현 괴산경찰서장은 직접 현장을 챙기면서 용의자 조기 검거를 독려했다. 또 사건 당일 상황관리관이었던 김도환 교통관리계장은 적절한 수색구역 설정과 상황전파로 A씨의 도주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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