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올해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청주 상당 재선거에 국민의힘에서 정우택 전 의원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동시에 도전한다.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공천경쟁의 악연이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정치인 모두 이번 재선거 출마의 명분은 있다. 정 전 의원은 8년간 닦아온 상당구를 2년 전 정치신인인 윤 전 고검장에게 내주고 보수의 불모지인 흥덕구로 쫓겨 가 듯 지역구를 옮겼다.

윤 전 고검장이 당시 황교안 대표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왔고, 두 명 모두 낙선 한 후 지역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상당구에서 출마했다면 수성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됐다. 정 전 의원이 5선에 성공했다면 당내 역할이 대폭 확대됐을 것이란 아쉬움도 많았다. 그와 비교됐던 충남의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이 5선에 성공하며 당내 최다선 의원 반열에 올라 윤석열 대선 후보를 영입하고, 국회 부의장을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페이스북에서 "청주 상당 재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청주 상당은 정치적 고향이자 정치적 자산을 만들어 주신 곳"이라고 소개하고 "그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모든 힘과 최선을 다해 상당구민을 위해 보답하겠다"고 약속하고 "더 낮은 자세로 더 큰 성장을 위해 힘껏 달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전 고검장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로비 혐의로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풀려난 후 지난해 12월 28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상당 재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가정내 시련도 겪은 그가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석방되면서 지역에서는 '명예 회복' 차원에서 재선거 출마를 예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1년 5일의 수감생활을 한 평 반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낯설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 모든 걸 포기하는 나쁜 생각도 했지만 지지자들이 보낸 4천432장의 탄원서를 일일이 읽으며 가슴에 새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이 함께 하는 내 고향을 위해 남은 일은 한가지 밖에 없다"며 "보답하겠다. 은혜를 갚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무능 정권을 심판·교체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내 고향 상당구의 정치 개혁과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의 여건은 녹록치 않다. 내분으로 치닫던 중앙 선대위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 줄 사퇴를 하며 거의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여당이 상당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확정한 것도 아니다.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정치는 생물'이란 말처럼 언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의원과 윤 전 고검장이 자중지란의 이전투구에 돌입한다면 여당의 원인제공으로 치러지는 이번 재선거에서도 표심은 다시 한번 국민의힘을 외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 '한 풀이'가 아닌, 지역발전과 주민에게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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