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기록관의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에 대한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최근 故전두환씨 사망 정보 추가과정에서 논란을 빚자 최근 대통령상징물을 리모델링해 10여개 프로필을 없앴다. 지금은 이름, 출생년도, 사망년도, 재임기간만 적혀있다. / 김미정
리모델링을 마친 故전두환씨의 프로필. 지금은 이름, 출생년도, 사망년도, 재임기간만 적혀있다. /중부매일DB

기록(記錄)은 남길 필요가 있는 내용들을 적는 일 또는 그런 글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나중을 위해 지금의 일들을 남기는 행위로 객관적 사실을 남기고 확인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과거 글과 그림 등에서 사진과 영상, 녹음 등 기술발달에 따라 남기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그런 기록을 담당하는 기관이 스스로 기록을 없애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자신들이 맡은 분야의 기록을 스스로 뺀 것이다. 기록을 남기라고 만든 기관이 기록을 가리고 지운 셈이다. 그런데도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변명뿐이다.

지난 2015년 세종시로 이전해 이듬해 전시관을 개관한 대통령 기록관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물을 보존·수집 등 관리하는 곳이다. 기록물을 이용한 활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물을 확보·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록물을 지정·보호, 공개하고 개인기록물을 수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기록과 기록물은 역사적 사료(史料)가 된다. 기록과 기록물을 다룸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자의적인 결정으로 기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 따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전직 대통령 11명에 대한 프로필을 갑자기 삭제한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정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프로필 정보를 없앤 것이다. 정보를 더 추가하고 기록을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간 것이다. 그 이유도 '서거'라는 표현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결국 기록의 내용에 대해 기록관이 임의로 판단해 관련된 게시(揭示) 기록을 없앴다는 얘기다. 그 결과 전직 대통령 상징물에 달랑 이름과 재임기간, 생몰(生沒) 연월일만 표기돼 있다.

이들 대통령상징물은 각 대통령의 연설문 키워드로 얼굴을 형상화한 대통령상징관을 대표하는 전시물이다. 이전에는 상징물 하단에 출생지, 출신학교, 주요 이력 등 프로필 10여개가 더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얼굴 외에는 달리 볼 것도, 알수 있는 정보도 없다. 주요 이력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출신 지역에서 온 관람객조차 동향(同鄕)인지도 모르고 둘러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곳 기록관을 찾는 상당수 관람객이 어린 학생들이다. 이들에게는 이같은 기록들이 모두 생생한 정보가 된다.

관람객들에게 객관적인 사실들이 담긴 기록을 보여주면 된다. 정보가 넘친다면 다른 게시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같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인데 변명은 더 가관이다. '프로필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라'는 답변이다. 기록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포털사이트로 확인할 것 같으면 무엇하러 기록관을 찾겠는가. 생동감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한해 수만명의 학생들이 찾는 전시공간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기록관은 이제라도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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