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도시 중 하나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로맨틱한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이 도시는 근대 르네상스를 선도한 자부심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시민공화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체제, 유럽 전역의 환율을 결정했던 경제적 영향력, 위대한 천재들이 활동했던 문화예술의 산실 등, 피렌체가 유럽 근세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메디치 가문은 공화정을 이끌며 부르넬리스키,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창의적인 인재들을 배출하고, 플라톤 아카데미를 통해 인문학을 부흥시켜 '피렌체 르네상스'의 화려한 꽃을 피웠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피렌체를 이상향으로 삼는 것은 관용과 개방의 정신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도시문화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부르크하르트(J.Burckhardt)가 피렌체를 가리켜 '근대유럽정신의 공방'이라고 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창조도시(Creative city)의 개념을 통해 도시 발달이론을 제시한 플로리다(R. Florida)교수는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3T, 곧 관용(Tolerance),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등 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특히 관용을 바탕으로 한 개방적인 도시는 혁신적인 인재들이 성장하는 토양이 되고, 외부 인구가 유입되는 동기를 마련한다고 말한다. 다양성에 대한 열린 문화가 도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청주가 향후 100 만 명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청주의 현재 인구는 약 84만 명으로 앞으로 20년 내에 100만 인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근에 세종특별자치시와 대전광역시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의 투자 확대와 교통여건이 좋은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0만 인구에 걸 맞는 도시문화와 생태계를 잘 준비하고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청주를 교육과 문화의 도시라 말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지역의 정체성을 구현할 도시콘텐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젊은 세대들은 재미없는 '노잼'의 도시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100만 도시로 가기 위한 성장 잠재력을 갖추려면 먼저 개방적인 도시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고 활력 있는 도시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그 기반 하에 교육과 안전, 환경 분야의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피렌체가 창의적인 인재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통해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긴 것은 창조도시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주가 피렌체처럼 개방과 관용의 정신을 기치로 열린 자세를 갖출 때 백만 도시의 미래가 약속될 것이다. 금년 우리 지역의 지자체 선거에서 창조도시에 관련된 다양한 공약들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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