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2년째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우리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으나 임인년 호랑이의 해는 힘차게 솟아올랐다. 검은 호랑이의 기운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면 싶다.

최근 인터넷에서 '현재 논란 중인 식당 가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당연히 고가의 가격으로 일반 서민들은 꿈에도 맛볼 수 없는 일류 요릿집인 줄 알았다. 뜻밖에도 가격이 너무 싸서 논란이 된 것이다. 흑미밥에 반찬 세 가지, 된장국을 포함해 천 원이란다. 일반 식당은 공깃밥 한 그릇에 천 원인데 든든한 식사 한 끼에 천원이라니. 만 원 한 장이라면 몰라도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꽃가게로 갔다. 작은 포트 하나에 3천 원이다. 팔다 남은 치레기도 천 원은 넘었다.

DC마트에서는 조화도 한 개에 2천 원에서 3천 원이다. 천 원 하는 품목이 몇 가지 있으나 행복을 느낄 수는 없었다. 분식집으로 갔다. 김밥은 가장 저렴한 것이 한 줄에 1천500 원이고, 떡볶이도 2천 원이다. 호떡은 3개에 이천 원이나 최소단위로 팔기 때문에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이나 풀빵도 마찬가지였다. 군고구마도 살 수 없고, 커피 한 잔은 더더욱 마실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몰라도 지난해부터 유독 물가가 뛰어 천원의 가치는 하락의 정도가 아니다. 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밥상 물가'도 고공 행진이다. 모든 음식에 약방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파가 파테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천정부지로 뛰었다. 무, 배추, 총각무도 마찬가지이다. 달걀, 닭고기는 더 말해 무엇 할까.

모든 물가의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있는 '해 뜨는 식당' 에서는 정성 어린 밥 한 끼에 천 원이란다. 이 식당은 고(故) 김선자 씨가 사업 실패로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시절, 주위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기 위해 2010년 문을 열었고, 현재 그녀의 딸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물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무려 11년 동안 1천원을 고수하며, 딸이 대를 잇고 있다니 적잖이 놀라웠다.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지 싶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식당을 찾는 사람이 늘어 사장이 투잡을 뛰어도 경영난을 겪는단다. 다행히 지역사회의 온정으로 식당은 유지되고 있다니 훈훈한 귀감이다. 사장님은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잇지 못하는 독거노인,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공짜로 줄 수 있지만, 돈을 내고 당당히 식사하라는 배려차원에서 천 원을 받는 것이란다. 마음 씀씀이가 광대무변하다. 가장 아름다운 향기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의 꽃향기란 생각을 해본다.

새해 벽두부터 가슴 뭉클한 사연에 마음이 훈훈하다. 코로나 19가 변이까지 만들어내며 기승을 부려도 행복 바이러스를 이기지는 못하리라. 천 원의 행복을 되새겨보며, 행복 바이러스 전파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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