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차 민망한 일
개조차 민망한 일
  • 중부매일
  • 승인 2022.01.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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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볕이 좋은 휴일.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없으면, 아파트는 동굴처럼 조용하고 평화롭다. 차들이 정문으로 들어와 두더지처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먹이활동을 나가는 들짐승처럼 지하에서 나갔다가 들어온다. 아파트의 지상이 평화롭다.

할머니가 반려견을 데리고 평화로운 광장으로 산책을 나왔다. 강아지가 여기저기 오줌으로 영역을 표시하다가 똥을 싼다.

"할머니 똥 치우고 가세요." 그냥 가려는 노인에게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고 소리친다.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것은 기본예절이다. 기본을 무시하고 목줄에 묶인 강아지와 가려던 할머니 앞을 한 녀석이 가로막았다. 같이 놀던 아이들도 얌체 할머니를 가로막았다.

"똥 치우고 가세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합창으로 외친다. 공공의 예절을 무시한 기성세대가 손자 손녀 세대에게 개망신을 당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공장소에서, 개조차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조선 중기의 문신 홍성민은, 고사성어 촉견폐일(蜀犬吠日)로, 식견이 좁은 자가 선하고 어진 자를 비난하는 상황을 비유했다.

촉나라의 개는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살기 때문에, 해를 보면 짖었다. 촉나라 하늘에 비가 잦다는 것만 알고, 촉나라 밖 하늘에 해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사람도 처음 악을 행하는 것이 민망하지만, 악행이 반복되면 습관으로 굳어진다. 그래서 선함을 보면 오히려 불편해한다고 탄식했다.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폭등한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은행 대출을 옥죄고 있다. 물량 공급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함이 급함인데, 빚을 내서라도 평생의 보금자리를 구하려는 의도의 싹을 짓눌렀다. 배가 고픈 아이에게 밥상은 차려주지 않고, 배고프다며 칭얼대는 아이만 겁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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