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타고 내달린 빙판 '퍽' 운수 좋은 날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과 선수들. 선수들은 총 8명이나, 지난 12일 정기 훈련을 돕기 위해 곽태준 충북도장애인체육회 담당자가 훈련을 함께 했다. /정세환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과 선수들. 선수들은 총 8명이나, 지난 12일 정기 훈련을 돕기 위해 곽태준 충북도장애인체육회 담당자가 훈련을 함께 했다. /정세환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추운 겨울과 함께 짜릿한 동계 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103회 전국동계체육대회와 제1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스포츠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대회 준비를 위해 차가운 얼음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 청주실내빙상장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을 만나봤다. /편집자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충북 타이거즈'는 지난해 7월 5일 처음 구성된 도내 유일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팀이다.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이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정세환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이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정세환

충북은 장애인 동계 체육에서 단체 종목의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느껴 그동안 개인 종목 위주로 선수를 발굴·육성해왔다. 그러다 보니 충북은 지난 2020년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장애인동계체전)에서 9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개)을 획득하며 메달 순위 7위에 올랐음에도 총 득점으로는 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한 경남에도 뒤처지며 종합 11위를 기록했었다.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은 이러한 충북 동계 스포츠가 단체 종목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팀은 선수 8명, 도장애인체육회 직원 3명, 감독과 코치 각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있다. 처음 팀이 구성될 때는 선수 5명으로 시작했으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금은 8명까지 늘었다. 아이스하키는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종목이고, 보통 한 팀에 15명 정도의 엔트리를 갖춘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는 앞으로 선수를 더 모집할 계획이다.

선수들 중 봉대한(28) 선수와 오석(21) 선수는 팀의 '에이스'로 꼽힌다. 특히 오석 선수는 아직 신인이지만 차기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특급 유망주이다.

이상기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골리가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앞두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정세환
이상기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골리가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앞두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정세환

이 밖에 선수들은 대부분 휠체어펜싱·럭비, 론볼, 좌식배구 등 하계 종목 선수를 겸하고 있어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서 잔뼈가 굵다. 그중 휠체어럭비 선수이기도 하면서 팀내에서 골리(아이스하키의 골키퍼)를 맡고 있는 이상기 선수가 지키는 골대는 쉽게 득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쌓인 노련함이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합쳐져 팀 내에서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충북 타이거즈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청주실내빙상장에 모여 정기 훈련을 한다. 처음에는 썰매에 앉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도 힘들었으나, 지금은 빙상 곳곳을 누비며 연습경기를 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코로나19와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훈련 시간의 제한이 있음에도 선수들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선수들은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달 강릉에서 열리는 장애인동계체전에서 처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선수가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에 앞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정세환
한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선수가 지난 12일 청주실내빙상장에서 훈련에 앞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정세환

도장애인체육회의 곽태준 담당자는 "충북 타이거즈가 충북 장애인 동계 스포츠의 위상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훈련과 장비 등 선수 지원과 적극적인 선수 모집 등 언제나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하키라는 종목 자체가 굉장히 과격하고 힘든 스포츠인데, 항상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들 모두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

훈련 빈도수 높여 선수 기량 높일 것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제공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제공

 홍현국(50)감독은 아이스하키 선수부터 지도자, 심판까지 모두 거친 아이스하키인이다.

특히, 선수 시절에는 아이스하키 3대 강국 중 하나인 핀란드에서 2부 리그 팀의 1부 승격 주역이기도 했을 정도로 실력 있는 해외파 선수였다. 또 심판 중에서도 베테랑으로 꼽히는 대한체육회 소속 상임 심판만 5년 간 했다.

이러한 홍 감독도 충북 타이거즈의 감독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장애인 선수들을 지도해본 적이 없고, 신생 팀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홍 감독은 "새로 생긴 팀인데다가 경북고, 보성고 등 학생 코치를 주로 맡았어서 장애인 팀이 처음이라 감독으로서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며 "고민을 하던 도중 담당자의 진심 어린 부탁을 들으니 보다 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아이스하키 규칙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프사이드와는 다르지만, 아이스하키에도 오프사이드가 있다"며 "경기 규칙과 얼음 위에서 중심 잡는 법, 스틱으로 퍽(아이스하키 전용 공) 다루는 법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와중에 모든 선수들에게 있어 메인 이벤트인 동계 장애인체전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홍 감독은 더 욕심이 난다.

심판 시절의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제공
심판 시절의 홍현국 충북 파라 아이스하키 팀 감독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제공

홍 감독은 "지난 달에 나간 시합에서 선수들이 배운 것이 많다"며 "작은 규모의 대회인데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었지만, 확실히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절대적인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중요한 대회를 앞둔 만큼 주 2~3회로 훈련 빈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장애인 동계체전의 목표를 묻자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고는 하지만, 첫 대회이니 만큼 거창한 목표 보다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해 그 동안 쌓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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