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불가 선수에 "A감독과 함께하면 연장" 제안
선수들 "기관이 범죄 눈 감아주는 행위… 납득 안가"
도 "팀 재편성 위해 양보 권유했을 뿐" 의혹 부인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속보=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된 충북도내 한 지자체 운동경기부 감독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충북도가 재계약을 빌미로 선수들을 회유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1월 5일자 5면·6일자 4면·7일자 5면·14일자 4면 보도>

피해 선수들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난달 17일 일부 선수들에게 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재계약 불가 입장을 확인한 선수 측은 도에 수차례에 걸쳐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도는 돌연 입장을 번복, 다시 재계약을 제안했다.

A선수는 당시 도 담당자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다른 선수의 가족에게 "재계약을 해 드릴테니 감독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감독이 받고 있는 다수의 의혹을 도가 묵인하고 회유하기 위해 재계약 카드를 들고나와 선수들을 압박한 정황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당시 선수 가족과 통화한 도 담당자는 "해당 선수가 회유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는 있는데, 선수 재계약을 해줄테니 감독도 재계약하자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감독 재계약 여부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독이 팀을 재편성하는데 몇가지 실수가 있어 감독과 선수들 간의 양보를 권했다"고 덧붙였다.

팀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 도가 팀원을 교체하는 절차에 감독이 관여한 것이다. 당시 감독은 다수의 의혹으로 재계약을 하지 못한 상태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는 지위였다.

그럼에도 도는 감독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팀을 새롭게 짰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던 19년차 선수와 9년차, 3년차 선수를 팀에서 방출한 채 감독은 실업팀 선수 경험이 전무한 고등학생 선수들을 추천했다.

평균 경력이 5.3년에서 2년으로 대폭 낮아졌음에도 도는 감독이 추천한 선수들 중 2명과 계약했다. 이를 두고 선수들은 감독이 소위 '말 잘 듣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감독은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선수들과의 분리 조치에 들어갔고, 스포츠윤리센터에서는 해당 사항을 조사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이유로 도와 감독 간의 재계약이 미뤄졌고,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라 재계약을 하지 못할 수 있음에도 도는 연임이 불투명한 감독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팀을 구성한 것이다.

도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감독의 건의에 따라 해당 선수들의 경기실적 증명서를 검토했다"며 "전국 규모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선수들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계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와 팀을 가장 잘 아는 것은 1년 동안 함께 한 감독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문을 구하기 보다는 감독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도의 회유에도 끝내 재계약을 하지 않은 한 선수는 "이렇게 선수를 보호하지 못하고 감독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기관이 어디 있냐"며 "도청이 감독의 편을 드는 행동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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