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년 만에 충북도내에 황사경보가 발효된 29일 청주도심이 모래먼지에 갇혀 있다. /김명년
청주도심

청주시의 어설픈 행정이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해관계가 뚜렷한 사안인데도 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놓고 시끄러워진 연후에야 수습을 하겠다며 법석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원도심 경관지구 지정 추진을 말하는 것이다. 무심천 동쪽 우암산 주변지역의 건축물 고도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관리계획정비안이 그 대상이다. 청주시의회까지 통과하고 조례 공포 마지막 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제동이 걸렸다. 갈등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듯 싶다.

조례 추진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 지난해 6월이니 사살상 착수 반년만에 일을 끝내려한 셈이다. 원도심 관리방안 연구용역이 나온 지난해 10월부터 따지면 불과 석달만이다. 그동안 주민공람, 주민설명회에 이어 여론조사까지 모두 마쳤다. 숨돌릴 틈도 없이 서두른 것인데 정작 해당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듣기 위한 절차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건물 고도제한이라는 사유권 문제가 핵심인데 이를 건너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뒤늦게라도 사달이 안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번 조례의 가장 큰 목적은 원도심내 고층건물로 인한 경관훼손 방지에 있다. 고층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우암산 조망권 문제는 물론 스카이라인 등 경관 관리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도로에 따른 건축물 높이제한 기준이 폐지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충북도청 옆 주상복합건물, 청주시청 뒤쪽 초고층 아파트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도로와의 거리만으로는 초고층 건축물의 폐해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관훼손에 도시기반시설 부족, 일조·조망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이런 까닭에 청주시가 경관지구 지정을 통한 고도제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급하게 먹는 떡이 체하는 법이다. 청주시에서 반발과 비난을 감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분별한 고층건물 입지를 막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당지역 주민을 따돌리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일이 안된다. 오히려 논란만 키우고 추진이 더뎌질 뿐이다. 지금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개발여부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형평성 지적이 나올수 밖에 없다. 백년대계도 기반이 무르면 제대로 세울 수 없다.

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갈등이 예상되고 확인되면 이를 막는 게 옳다. 제도나 사업의 배경이 분명하고 자신있다면 정면승부를 피할 까닭이 없다. 특정지역·주민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면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어야 한다. 여론조사도, 주민설명회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시청 본관건물 존치 문제처럼 매번 슬그머니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만다. 설령 지금까지 그런 방법이 통했다고 해도 더 이상은 안된다. 청주시 행정의 민낯,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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