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지난 6일 밤 김동성 전 군수가 안치된 단양 노인요양병원 장례식장, 적지않은 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이들은 대부분 김 전 군수와 공직생활 등을 같이 했던 지인들이다.

그런데 앞서 이날 오후 2시께에는 의외의 인물이 장례식장을 찾아 빈소가 한때 술렁였다. 바로 이시종 충북지사였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김 전 군수는 '국민의 힘'. 각기 서로 다른 당이었기에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지사 측근 역시 "왜 장례예식장을 가야 하냐"고 물었다는 후문이다.

이 지사와 김 전 군수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사가 처음으로 충북지사에 당선됐고, 김 전 군수는 민선 5기 단양군수에 재임된 시기였다. 당시 학생 무상 급식 정책을 추진한 이 지사는 주변으로부터 많은 공세를 받았다. 심지어 같은 당에서조차 반대 의사를 높였다. 하지만 반대 당인 김 전 군수가 시장·군수단 회의에서 "비록 당이 다르다 할지라도 정책이 좋으면 지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시작됐다.

옛 속담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가도 정승 죽은데는 안간다"고 했다. 그런만큼 김 전 군수의 장례식장을 보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 아니었나 싶다.

김동성 전 단양군수는 지난 5일 향년 76세로 별세했다. 그는 단양군 내무과장과 관광과장 등을 역임하고 2002년 단양군수 선거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선거에 떨어졌다는 자괴감 때문에 도저히 지역에 살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단양지역을 떠나게 된다.

현실의 벽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생활이 어려운 탓에 정수기 판매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야만 했다. 미친 듯이 일한 덕에 '판매왕'까지 거머쥐었다. 김 전 군수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2006년 6·2 지방선거다. 당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단양군수에 당선됐을 때 그의 나이 62세였다.

김 전 군수의 애창곡은 가수 태진아의 히트곡 '잘 살거야'다.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때는 1천만 명 관광객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유치하고자 김 전 군수는 '홍보맨' 역할을 자처했다. 새해 첫날 관광열차를 타고 단양을 찾는 관광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매년 이 노래를 선사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김 전 군수는 민선 4기에 이어 5기까지 단양군수를 역임한다. 5기에도 단양구경시장 활성화는 물론 단양의 랜드마크인 만천하스카이워크 기반을 마련하고 온달관광지 조성, 수중보 위치 이전 등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마디로 단양발전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담배를 좋아했던 김 전 군수는 담배가 생각나면 늘 기자실을 찾았다. 그리고선 살아왔던 많은 추억들을 꺼내놓던 모습이 생생하다. 비록 지금은 불귀의 길을 떠났지만, 고향을 사랑한 그의 열정과 행적들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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