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항 하리라. 젊은 시절 수천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늙어 구명보트에 구조되어 남몰래 닿더라도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滿船)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김성우 수필 '돌아가는 배' 첫 부분)

짙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남해의 섬들을 바라보며 이 글이 떠올랐을까. 통영 삼덕항에서 김성우 작가의 고향인 욕지도로 가는 배를 타서 그런가.

지난번에 왔을 때 못 먹은 짜장면은 이번에도 시간이 안 맞아서 먹지를 못하였다. 줄 서서 먹는다는 식당은 2시 5분에 갔더니 5분이 지나서 다음을 기약하였다. 대신 욕지도에서 유명한 고등어회와 조림이 점심이었다. 고구마도 특산물인 욕지도. 작가는 태어나면서 주식이 고구마라 실미 나더니 최근에 맛을 보니 꿀맛이란다.

욕지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면서 드라이브를 하면 좋다. 중간 중간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어느 곳에서나 매혹적인 청록색 바다를 볼 수 있다.

제1 출렁다리를 건너면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대나리강정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출렁다리는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절벽은 가슴 떨린다. 파도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발생한 해식애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숙소 앞에는 바로 바다가 보인다. 제3 출렁다리가 코앞이다. 짐도 안 풀고 해넘이를 보려고 오금을 저리면서 걷던 출렁다리를 한걸음에 지나갔다. 바다 건너 산등성이에 걸쳐진 해를 바라보며 만족했다.

스러져가는 감빛 노을. 수평선은 붉은빛이다. 전에는 해넘이보다는 해 뜨는 걸 보려고 노력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은 구분하지 않는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든, 서쪽으로 해가 지든 하늘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이다.

고요한 바다를 보는 건 언제나 설레고 먹먹하다. 아득한 바다 위에 주홍빛으로 반짝이는 물결, 저녁나절의 햇빛은 부드럽게 사위어간다. 섬에서 호젓하게 바라보는 화려한 낙조의 시간, 바다를 물들이는 일몰 빛은 봐도 감동이다.

무서움이 많은 엄마를 아이들이 양쪽에서 손을 잡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삶의 무게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조금씩 지쳐있고 힘들었을 테다. '나 힘들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 말을 들을 가족에게 힘듦을 보태게 되니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따스하게 비추는 저 해처럼, 어둠을 밀어낸 자리에 희망을 살포시 얹어본다.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 내다보면 찬란한 내일이 있을 것이라 믿기에.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작가는 '섬에 돌아가면 외로운 섬에 두고 온 내 고독의 원형을 만난다고 했다. 섬을 떠나면서부터 섬처럼 고독하게 세상을 떠다닌 작가의 평생은 섬에 돌아가면 옛 애인 같은 그 원판의 고독과 더불어 외롭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섬으로 여행 온 우리는 이제 육지인 집이 그립다. 숨 막힌 사회에서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엄마가 있는 집이 아닐까. 오늘의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내일의 뜀박질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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