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사방을 몇 바퀴 아무리 돌아봐도 보이는 건 싸늘한 콘크리트 빌딩숲 정둘 곳 찾아봐도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나에겐 제2의 고향" 1989년 발표된 윤수일 씨의 '제2의 고향'이라는 곡의 일부분이다. 울산에서 태어난 윤수일 씨가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든 정을 붙이려 노력했던 소회를 가사로 옮긴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콘크리트 병원에서 태어나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살고 콘크리트 납골당에서 삶을 마무리한다. 누구에겐 싸늘한 콘크리트 빌딩이었지만 누구에겐 콘크리트 빌딩이 고향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콘크리트 고향을 대신할 대상을 찾는 노력들을 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제주 한달 살아보기 같이 아예 거처를 초록내가 나는 곳을 찾아가 지내기도 하고 벗어나기 힘든 사람들은 도시에서 도시농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힘든 사람들은 실내를 반려식물로 채우고 또 어떤 이는 반농반도(半農半都)의 삶을 실천한다. 평일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말은 농촌에서 흙을 만지며 사는 것이다. 그만큼 초록이 고픈 요즘이며, 새롭게 정둘 '제2의 고향'을 찾는 노력들의 반증이 아닐까.

2023년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고향 등)에 기부하면 지자체가 기부자에게는 세제혜택과 기부액의 일정액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인구감소 등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해 지역 내 주민복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로써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기부자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 소비를 증진시키며 지역주민 소득을 증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취지이다.

기부자는 답례품과 함께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데 귀농·귀촌과 관련된 혜택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 또는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 신규직원 중에도 이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을 보면 이런 분위기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주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도시 집중화로 이제는 도시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사는 주소지 외 어느 곳에 기부를 해야 할지 오히려 기부지 선택에 고민이 생기지 않을까? 기부를 해서 세제 혜택도 받고 답례품도 받고 더불어 귀농·귀촌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혜택를 준다면 기부자 입장에서는 일석삼조가 되고 지자체에서는 잠재적인 주민을 얻을 수 있으며, 상호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고향'이 고픈 시기다. 기왕 시작될 제도에 귀농·귀촌 지원이라는 숟가락만 하나 더 얹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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