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쇼트트랙 500m 금·은 쾌거… 비장애인 선수와 겨뤄도 손색 없어

(왼쪽부터) 박가은, 박하은 선수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왼쪽부터) 박가은, 박하은 선수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내년에도 꼭 나와야 돼, 알았지? 우리 내년에 또 보자!"

박진희씨가 지난 13일 제1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장애인동계체전) 빙상(쇼트트랙) 500m 경기가 열린 강원도 춘천의암실내빙상장 앞에서 소년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초콜릿 등 간식을 쥐어주며 격려하고 있었다.

박씨의 두 딸 박하은(18·제천여고2)·박가은(15·제천여중2)이 출전하는 경기의 경쟁자를 독려하는 것에 대해 "하은, 가은이가 워낙 잘해서 경기 결과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다른 애들이 대회 나오기를 싫어한데요. 우리 애들이 기 죽이는 게 미안해서 그러죠"라고 설명했다.

박하은, 박가은 자매는 쇼트트랙 뿐만 아니라, 인라인, 장거리 달리기, 멀리뛰기 등 종목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 자매이다.

두 자매가 처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발달장애 치료를 위함이라고 한다.

박씨는 "자폐 치료를 위해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하다, 6살에 지금의 김남기 선생님(충북 장애인 빙상 감독)을 처음 만나 인라인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대회에 한 번 다녀올 때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사회성이 부쩍 늘어나는 것이 보여 운동을 계속 가르쳤다"고 말했다.

박하은, 박가은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남기 감독 /충북장애인체육회
박하은, 박가은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남기 감독 /충북장애인체육회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박 자매가 지금까지 딴 메달은 셀 수 없이 많다. 50개까지는 셌었는데, 그 이후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들의 실력은 2015 LA 스페셜 올림픽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에 세계 2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하다.

이번 장애인동계체전에서도 둘은 소년부 쇼트트랙 50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었다.

오는 25~28일에 열리는 제103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중·고등부에서도 비장애인 선수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낼 예정이다.

박하은, 박가은 선수와 어머니 박진희씨 /충북도장애인체육회
박하은, 박가은 선수와 어머니 박진희씨 /충북도장애인체육회

그러나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아니다.

박씨는 "처음 나간 전국대회에서 하은이가 출발을 안 하려고 해서 저랑 김 선생님이랑 무릎 꿇고 2시간을 애원했다"며 "그러다 정말 마지못해 탔는데 바로 1등을 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인 박 씨의 뒷바라지와 두 선수의 노력도 크지만, 김남기 감독의 헌신적인 공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빙상과 특수교육을 전공한 김 감독은 처음 몇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후 2시에 자매를 찾아와 논두렁에서 인라인을, 꽁꽁 얼은 저수지 위에서 스케이팅을 가르쳤다.

얼어붙은 충북 제천시의 한 저수지에서 스케이팅 훈련에 임하고 있는 박하은, 박가은 선수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얼어붙은 충북 제천시의 한 저수지에서 스케이팅 훈련에 임하고 있는 박하은, 박가은 선수 /충북도장애인체육회

두 자매는 성인이 돼서도 계속 고향인 제천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스페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고 한다.

박하은과 박가은의 장애와 종목의 한계를 뛰어넘은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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