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정말 오랜만에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라 생각한다. 그냥 안부인사겠지 하고 메시지 내용을 읽어보니 선생님, 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아직도 진행중인 코로나, 넘 힘든 것 같아요, 3월은 바쁘게 시작하는 달이예요, 2021년도 토요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했어요, 추천에 의해 1학년 법학과 대표를 맡게 되었는데 무거운 것 같아요, 그냥 제 공부만 하고 4년제 졸업하자 목표로 다짐하고 시작한 공부이거든요, 의도치 않게 바빠질 것 같아요, 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아니, 이제서 무슨 대학을? 하며 생각했다. 80년대 후반의 고등학교 여제자라 나이도 40대 후반이 훨씬 넘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다 아니야, 애가 워낙 가난해서 상급학교 대학을 진학 못했지만 학교 다닐 때 공부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많았던 기억이 나, 남 한테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이거든, 부지런하고 매사에 꼼꼼 하지, 그래서 늦게라도 공부하고 싶어서 방송통신대를 진학했구나 하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믿음직스럽기까지 했다.

언젠가 통화했을 때 아들녀석도 대학에 다니다 군대에 갔다는 소식을 접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사무실에 나아가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한 말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

참, 이럴때가 아니지 하며 나는 휴대폰으로 자랑스런 제자에게, 먼저 대학진학을 축하해, 여기에 대표까지 맡게 되었다구, 직장, 가정, 학교로 무척 바쁘겠구나, 그래도 자신의 몫을 찾아 자신의 존재가치를 신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이야, 자칫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살아갈 때가 많아, 나는 유일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이야, 문제는 늘 자신의 능력의 한계보다 마음의 한계가 곧잘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 그래, 잘 했어, 학업을 시작한 것 말이야, 고마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두려움속에, 안일함속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이 또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거든, 이렇게 보면 대단한 결단이야, 아름다운 도전이구, 우리 모두 파이팅! 이렇게 답을 주었다.

참으로 생각할수록 자랑스럽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말이다.

무릇 도전이란 어려운 일의 성취나 기록 경신 따위에 나서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다들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럴때 무얼 도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인생은 계속 진행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과연 될까?' 하는 미심쩍음으로 목표를 향한 도전을 미루거나 회피한다. 때로는 결과가 잘못될까 봐 불안하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안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하고 싶은 의지가 없거나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 건 아닐까? '운 좋은 사람은 따로 있다'며 도전하는 행위를 외면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도전을 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면 큰 도전까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제2의 인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올 것이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도 만들 수 있는 길 또한 열려질 것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어제보다 성장하는 하루! 늘 준비된 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가 있어야 하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끊임없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우리네 삶은 행복과 활기를 느끼고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아지며 더 낙관적이며, 창의적으로 될 것이다. 불현 듯 버락 오바마의 경구가 뇌리를 스친다. 인생을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것은 야망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 스스로에게 너무 적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야망을 가지고 더 큰 뜻을 이루고자 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제자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아름다운 도전을 더 넓혀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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