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했고 국민주권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문화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양극화와 고령화의 문제가 한국사회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패권적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버린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탈탄소 경제사회구조로 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국가의 비전이 중요한 시기이다.

엄청난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다.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방향을 합의한다. 선거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정당을 평가하고 정책을 도출해 가는 과정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더욱 행복한 미래,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과 자질보다 배우자와 가족들에 대한 추문이 더 큰 화제다. 정책과 비전보다 진영 논리와 네거티브 이슈가 판을 친다.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평가된다. 외신에서도 한국 대선이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시대정신이란 시대를 대표하는 지배적인 정신 또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한다. 1960년대의 산업화, 1980년대의 민주화 같은 것을 말한다. 우리 국민들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이후 7번의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그때마다 시대정신을 담은 정책담론이 형성되었다. 군부독재 종식, 정권교체, 권위주의 청산, 균형발전, 선진화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 시대정신은 대통령 당선과 이후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하여 촛불혁명과 대통령 탄핵으로 맞섰다. 그리고 2017년 대선에는 적폐청산과 국민주권이 시대정신으로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20대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객관적으로는 녹색전환, 공정과 양극화 해소가 중심 의제로 부각 될 만한 상황이었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손실보상, 경제성장과 일자리, 주택공급 및 부동산 대책, 외교안보 공약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기본소득, 정치개혁, 기후위기, 원전확대, 주4일제 등 차별적 공약들도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시대정신을 대변할 만한 압도적 공약이 드러나지 않는다. 얼마 전 기독교 원로들이 '20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회대변혁의 책임을 감당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과제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지만 앞으로 5년의 국정운영에 대한 바람을 더해 후보들께 요청한다. 우선, 탄소중립 및 녹색전환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공약을 특별히 강화해야 한다. 둘째, 남북 스스로 교류·협력을 통하여 남북 스스로 상생과 평화의 길로 진입하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 셋째, 지방분권 개헌 등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류와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드리는 세 가지 제안이다. 끝으로 유권자께 당부드린다. 선거를 후보 간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의 소통구도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정책공약을 살펴보고 투표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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