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에게 들려주고픈 메시지… "곁에서 손 잡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했으면"

우영민, 심흥아 부부 작가
우영민, 심흥아 부부 작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결혼 5년차 부부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함께 사는 이야기 '우두커니'가 웹툰으로 연재되며 누적 1천400만뷰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제 17회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줬다. 이 대회는 지난 2004년 제1회 대상작이 허영만의 '식객'이었고, 2021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은 TV드라마로도 방영된 '나빌레라'였다.

작품을 그린 심우도 작가는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심흥아와 우영민 부부만화가의 필명이다.

심흥아 작가는 "저는 2008년에 데뷔해서 출판만화를 10년 정도 그리며 개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6년에 남편 우영민 작가와 '심우도'라는 팀으로 만화를 그리기로 결정하고, 데뷔작을 준비했다. 출판만화는 연재처가 많지 않아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버는 일이 어려워 다양한 연재처가 있고 안정적인 수익활동이 가능한 웹툰을 그리기로 결정했다."

작품 '우두커니'는 실화 80~90%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심 작가는 말했다. 소위 말해 뜨는 웹툰작가의 글감 소재 발굴 경로가 궁금해졌다.

"저희 부부의 만화 소재는 항상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험을 그대로 쓰거나, 약간만 각색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틈틈이 메모를 해두고, 그 메모들이 실제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

경기도 안산에서 오래 살다가 5년전 청주로 이사온 심흥아, 우영민 부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느긋하고 여유롭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육아를 병행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웹툰 '우두커니'
웹툰 '우두커니'

부부작가로서 애로사항에 대해 물으니 작업에서 의견충돌이 생기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것, 둘이서만 놀게 되는 것을 꼽았다.

우영민 작가는 "하지만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작업과 가사, 육아 등 함께 할 수 있어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공동 작업을 하는 작가부부로서 서로의 노고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작품 '우두커니'의 프롤로그에는 치매아버지를 모시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내가 효심이 깊어서도, 가족 중 형편이 제일 나아서도 아닌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웹툰 '우두커니'
웹툰 '우두커니'

심흥아 작가는 실제 아이 임신 중 치매를 앓은 친정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웹툰을 연재했다. 그 경험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고 독자들은 '구구절절 공감된다', '웹툰 보며 한참을 울었다',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등등 댓글로 열광적으로 화답했다.

심흥아 작가는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보였다.

웹툰 '우두커니'
웹툰 '우두커니'

"순간순간, 매일매일이 아마도 많이 힘드실 거다. 증상이 가볍든 무겁든 환자와 가족 모두 고된 시간을 보내실 거다. 그 시간을 잘 견뎌내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를 떠올리며 가장 후회되는 건 아버지의 폭력성이 나날이 심해졌을 때 잘 넘기지 못하고 다퉜던 일, 요양원에 모시는 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환자의 증상이 심해졌을 때 치매라는 증상만 보지 마시고, 치매에 가려진 본래 내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잘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곁에서 손잡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좋은 추억을 만드시고 시설에 모시게 될 때가 올지 모르니 요양시설도 잘 알아봐 두는 게 도움이 된다. 당시에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던 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치매였던 그 모습마저 그리워진다'고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그 말이 깊이 와닿는다."

웹툰 '우두커니'
웹툰 '우두커니'

'2020년 부천만화대상' 수상 전과 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겸손함을 내비친 이들 작가 부부의 계획은 뭘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나누고 만화에 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 더 살면서 겪어봐야 하지만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게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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