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왜 난 사람으로 태어났을까? 다른 생물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문득 들곤 합니다. 다른 생물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또 어떤 감정이 들고 생각을 하는지도 말입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내 삶을 투영해보곤 합니다.

문어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문어로 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하게 합니다. 문어는 척추가 없는 연체동물로 머리와 8개의 다리, 입과 눈이 있습니다. 문어(文魚)는 학문이나 문자를 이르는 문(文)과 물고기 어(魚)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문어는 글을 아는 먹물을 좀 먹은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어에 대한 어원은 원나라의 문헌 '여황일소'에서 '문어의 생김새가 사람의 민머리와 닮았다'하여 '믠어'로 부르다가 한자로 '문어(文魚)'로 쓰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머리의 생김새를 보고 문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문어 머리만 보면 사람 머리와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어는 상당히 똑똑한 동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문어가 두뇌가 똑똑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었습니다. 문어는 대략 강아지의 지적 수준을 갖고 있으며 사람으로 치면 3세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어의 지능에 관련된 실험 결과 문어는 반복적인 학습에 습득을 보였으며 병뚜껑이나 수족관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또한 장난감을 주면 가지고 놀기도 하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인지 잘 대해주는 사람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호주 시드니대학교 교수가 문어의 생태 연구를 하던 중 암컷 문어가 자꾸 귀찮게 하는 수컷 문어를 쫓아내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암컷 문어는 진흙과 조개껍질을 뭉쳐 던져서 쫓아냈다고 합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물을 던지는 행위는 상당히 높은 지적 수준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보통 무척추동물은 뇌가 없다고 하지만 문어는 작은 뇌가 있습니다. 뇌가 있기 때문에 반응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지만 그것만으로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연구결과 문어의 지적능력을 뛰어나게 해 준 것은 바로 다리에 있었습니다. 문어의 다리에는 5천만 개가 넘는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조직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이 다리들은 뇌에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조율하고 행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문어의 다리에 있는 원형 빨판은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세포를 갖고 있어 다리에 닿는 순간 적인지 먹이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이런 분산 신경계를 갖고 있는 오징어나 낙지 역시 지능이 높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문어의 특성을 보여준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가 있었습니다. 문어와 사람이 관계를 통해 친구가 되는 내용입니다. 문어는 충분히 친구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나면 펄펄 끓는 냄비에 살아있는 문어를 넣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다시 난 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생각됩니다. 현재를 우리의 모습을 갖게 해 준 선행 인류는 수많은 멸종위기 시기를 거쳐서 진화를 거듭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대략 원시 포유류가 나온 1억 년부터 선행 인류까지 나오는 동안 1천억 마리가 살고 죽었다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 후 우리는 몇 백 만년 동안 놀라운 단계와 사회성이 만들어져서 지금 지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내가 문어로 태어났다면 오랜 시간 동안 진화과정을 거쳐서 현 문어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우는 다를 뿐입니다. 포획과 남획을 당할 것이며 알지 못하는 오염이나 교란에 의해 죽임이나 서식지가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다른 생명들이 변화 적응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많은 생명들은 다시는 이 지구에 돌아올 수 없는 생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류도 물론 지구에 존재하며 살아야 합니다. 다만 다른 생물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인류가 해야 할 몫입니다. 수많은 생명이 삶을 살고 죽고 하는 순환적인 생태를 유지해야만 인류도 존재할 수 있는 지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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