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중부매일DB

우리 사회가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급격한 변화를 겪다보니 근현대사를 온전히 담고 있는 유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금 당장은 큰 의미나 가치가 없어 보여도 조만간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 미래의 유산들은 그 흔적을 잃어 가고 있다. 앞선 시대를 함께 했던 유산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그 시기를 살아간 이들의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지역의 근대 유산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는 것들은 문화재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바로 등록문화재인데 지난 2020년 문화재청에 있던 등록 권한이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이에 해당 문화재가 있는 지자체들이 지역의 근대문화 역사 자원을 발굴·보호·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중앙정부 차원의 문화재 등록은 지역적 색채나 의미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등록권한이 지역으로 넘어온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지켜야 할 우리 지역의 옛 모습들을 찾아 보존하는 것이다.

얼마전 '옛 충주역 급수탑'이 충북도 등록문화재로 예고됐다. 충북도에서 찾아낸 첫 사례로 아직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지역 문화재 보존·관리의 새 장이 열린 셈이다. 그 만큼 이 급수탑은 의미가 있다. 충북선에 남아있는 유일한 급수탑으로 충북 철도의 '근대산업시설 상징'이랄 수 있다. 1967년 디젤기관차 등장때까지 40여년간 충북선이 살아움직일수 있도록 기관차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했던 시설이다. 충북 철도역사를 온전히 담고 있으며 지난 2016년 공원으로 조성돼 그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그 자체로도 보존 가치가 있지만 충주역 급수탑의 등록문화재 지정이 더 의미심장한 것은 이 시설의 역사 때문이다. 충주역사 이전으로 인해 한때 이 주변은 쓰레기로 가득 찬 고물상이었다. 자칫 그 존재마저 잃어버릴 수 있었다. 더구나 급수탑 역할이 끝난 이후 오랫동안 애물단지였을 시설이 우리 근대사의 유산이 되리라고 생각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같은 급수탑의 과거사가 바로 '충북도 등록문화재'의 역할과 의미를 말해준다.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을 좀 더 세세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렇다고 근대유산에 대한 갑작스러운 애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발굴과 검증·지정이 이뤄진 일들이다. 철도역 급수탑만 해도 영동 추풍령역 등 전국의 20곳 가운데 9곳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충북 등록문화재에 더 많은 관심과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들의 보존과 발굴, 지정·관리를 모두 우리손으로 할 수 있어서다. 충주역 급수탑만 해도 본보의 '미래유산' 기획보도를 계기로 주목 받았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고 써먹는 것은 우리의 몫인 만큼 이를 살릴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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