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 위안 돼준 고향, 받은 사랑 만큼 사회 보답"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굴곡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위기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가슴 저미는 따뜻한 기억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 등 갖은 희노애락들이 합쳐져 비로소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파본 사람들은 남들의 고통에 대한 뼈저림을 느낄 수 있고 인생의 굴곡을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남들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다.

이른 사업 실패로 갖은 어려움을 겪다가 우연히 새로운 부문에 뛰어들어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뒤늦게 봉사의 참 맛까지 터득한 50대 사업가가 있다.

충주시 칠금동 세계무술공원 인근에서 대형할인매장인 '모두다몰'을 운영하는 이종수(58) 대표는 젊은 시절 일찌감치 사업 실패를 경험한 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이 대표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고향인 충주에서 골재사업을 하다 무리한 장비 투자와 거래처의 어음부도로,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5년여만에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젊은 패기와 열정을 앞세워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심한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에게 사업 실패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삶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하게 되는 뼈저린 경험이었다.

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마저 꺼리게 되는 등 암울하게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중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로부터 우연히 무역 일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 곁눈질로 생소한 부문에 뛰어들었지만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그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인천에 'SL로직스'라는 중국수출입통관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무역을 시작한 이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상품 시장으로 알려진 중국 절강성 이우시에서 각종 물품을 수입했다.

이우시는 세계 소상품 시장의 24%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전세계 150여 개 국의 무역상인들이 몰려들어 활발하게 거래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되는 품목이 수십만 가지가 넘는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이미 실패를 경험했던 이 대표는 매사 철저한 검토와 준비로 사업에 임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타고난 감각을 갖추고 있다.

품목 선정시 뛰어난 선구안을 갖고있다 보니 남들보다 유리했다.

무역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그는 쉽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지 18년 만에 인천항 SL로직스를 수입포워딩업체 가운데 전체 매출규모 11위를 차지하는 중견 회사로 성장시켰다.

포워딩업체는 큰 해운회사와 조인을 통해 운수업을 대신해 주고 대리해 B/L을 발행하는 업체를 말한다.

현재 SL로직스의 연 매출규모는 70억 정도다.

이 대표는 "당시 사업 실패로 심한 좌절감에 놓여 있던 나의 재기를 돕기 위해 친구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무역에 대해 가르치고 지원해 지금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그 친구에게 항상 고마운 생각과 함께 마음의 빚을 지고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에만 집중해 오던 그는 사업 다변화를 위해 직접 유통과 판매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월 고향인 충주에 내려와 연수동에 '모두다몰'이라는 할인몰을 개장했다.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모두다몰 개장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자 올해 1월에는 칠금동 세계무술공원 인근에 지상 2층, 930㎡ 규모의 대형 매장을 신축해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모두다몰은 충주 최대 규모의 할인몰이다.

이 매장에서는 각종 생활용품과 잡화, 문구류, 공구, 철물, 등산용품 등 무려 3만3천여 가지의 질좋은 물품을 구비해 놓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품목을 다 모아놓은 곳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모두다몰'이다.

그는 충주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향사람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게 됐고 이들을 위해 무언가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그에게 실패의 쓴맛을 보여준 고향이었지만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고 위안을 주는 곳 역시 고향 충주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 충주로 내려오자마자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주시민들을 위해 충주시에 마스크 10만 장을 기부했다.

또 고향마을 사람들을 위해 주덕읍에 별도로 7만8천 장을 기부하고 충주시장애인협회에 2만 장, 문화동주민센터에 2만 장, 교현동주민센터에 1만 장을 각각 기탁하는 등 충주지역에 마스크만 무려 22만8천 장을 기부했다.

그는 앞으로도 필요한 곳이 있으면 마스크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지역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충주시청소년쉼터에도 300만 원을 기탁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사업으로 바빠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지만 고향에 내려와 친구와 선후배들을 만나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주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의 폭을 넓혀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인천 SL로직스로 출근해 회사 업무를 점검하는 것 외에 나머지 시간은 거의 충주에서 보내고 있다.

충주에서 사업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칠금동 모두다몰과 인접한 1천㎡ 정도의 부지에 새 매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고향에 내려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이종수 '모두다몰' 대표

그는 이곳에 현대인들의 트렌드를 겨냥한 밀키트 제품과 캠핑용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매장을 열기로 했다.

이종수 대표는 "지금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지만 고향에 내려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훌륭한 교훈을 깨닫게 해주신 고향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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