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너무 치열해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투표 결과는 그야말로 간발의 차인 0.73%로 역대 최소 차였다. 그렇게 끝났다. 수개월 동안 여론조사 과정에서 항상 정권교체 요구가 과반을 넘겨서, 여당 후보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긴 했다. 야당은 10% 차로 승리할 것을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당선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당선자에게 투표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정권교체'가 39%로 가장 높고,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더 나아서'가 17%였다(갤럽 조사).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규정되었던 대선은 국민의 절묘한 선택으로 막을 내렸다. 여야 후보와 정당에 대한 비판과 기대, 그리고 변화의 요구가 담겨 있다.

집값 폭등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집권층의 오만과 방만한 정치 행태에 대한 심판은, 동시에 차기 정권의 국민 공감 정치를 요구한다. 자신들이 내건 구호대로 공정과 상식의 정치를 기대한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후 나아져야 할 국민의 삶이다. 당선자는, 정치 경험도 없고 정권교체 구호 외에 뚜렷한 정치철학이나 각인될만한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정권교체 열망으로 당선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선거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민심을 잡기 위한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음모론·색깔론·남녀 갈라치기 등, 표를 받기 위해 펼쳤던 전략에 대한 진지한 반성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를 위해 겸손하게 반대진영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승리에 도취 되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대선에서 갈라진 민심을 이용하려 한다면 안 된다. 자칫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임에도 제대로 된 국민의 응원을 받지 못하고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권은 바뀌어도 국회는 야당이 될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협치 없이는 아무리 좋은 새 정부 정책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며칠 사이 발표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인수위원 임명, 형기를 반도 안 채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 임기가 반도 안 된 검찰총장에 대한 사임 요구 등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과거로의 회귀는 안 된다. 21세기 세계 10대 강국, 선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야당으로 바뀐 민주당도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대선패배 뿐 아니라 이어질 지방선거에서 더 큰 실패를 맛보고 쪼그라들 것이다. 전례를 보더라도, 일단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많이 지지한다. 그러니 자신들의 잘못으로 정권을 빼앗긴 처지에서 구태의연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선 투표 직전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 약속을 빨리 이행해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선에서 47.8% 얻은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 착각이다. 여론조사 과반을 넘는 정권교체 열망 속에서도 그 정도의 표를 얻은 것은 대통령 후보의 분전에 힘입었다는 평가가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국민도 차분해져야 한다. 지난 수 개월간 대통령 선거를 두고 너무 흥분했다. 친구·가족 간에도 지지 후보를 놓고 반목과 질시가 벌어졌다. 선거결과를 놓고 대립하다가 모임이 깨지기도 하고, 친구끼리 멀어지기도 했다. 누가 대통령 되는가가 삶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과도하기 이를 데 없다. 한쪽이 틀린 게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냉정해져야 한다. 선거 후 뉴스 보기 싫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생산성 없는 논란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대선은 끝났다. 좋든 싫든 새로 선출된 당선자와 그가 이끌 정부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품고 5년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국민 스스로도 새로워져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자는 어디까지나 국민 각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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