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삭풍(朔風)이 불어온다. 따뜻한 차를 우려 텀블러에 담아 우암산으로 향한다. 쌀쌀한 겨울바람 덕분에 코끝은 시리지만 상쾌한 기분이 된다. 가파르게 펼쳐진 기다란 계단을 오르며 헉헉거리는 소리를 숨길 수가 없다. 숨을 고르며 바람과 함께 한 발 한 발 오르니 어느덧 넓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파란 하늘 사이로 푸른 소나무가 나도 모르게 와! 하고 소리치게 한다. 이 겨울에 초록의 맛을 보여주는 소나무다.

그동안 나의 산행은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정상만을 생각하며 빠르게 걸었다. 지금까지 목표만 생각하며 빠르게 올랐다면 오늘은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오르기로 했다. 덕분에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들풀과 작은 나무에게도 눈을 맞추며 웃을 수 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겨울나무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강한 추위를 이겨내고 참고 견디어 푸른 새싹을 담아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게 느껴진다.

정상에 도착할 즈음에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돌탑이 유난히 나의 시선을 끈다. 발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았다. 여러 형태의 돌을 많은 누군가의 손으로, 마음을 다하여 쌓아놓은 탑! 정성과 기도의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돌탑! 아름다운 일들로, 행복했던 시간으로, 성취해서 얻은 기쁨으로, 때로는 상처를 다스리는 고요함으로, 그리고 내일은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탑이기에 더욱 고귀하고 값진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돌탑처럼 크고 작은 파편들로 매일 매 순간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하산하면서 나도 돌 서너 개를 주워 새해의 소망을 담아 탑 위에 얹었다. 올해는 내 삶의 동행자들의 평안, 그리고 건강한 우리 사회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차가운 바람 속에 봄에 피어날 연둣빛 새싹들의 향연과 희망을 꿈꾸는 발걸음이 가볍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